설교에 목숨 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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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에 목숨 걸지 말자
  • 김광남
  • 승인 2023.10.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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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남 칼럼
사진출처=nytimes.com
사진출처=nytimes.com

청소 당번이어서 교회에 다녀왔다. 청소하다가 내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연휴인데 교회가 교인들 불러서 청소나 시키고 말이야." 함께 청소하던 교우가 ㅋㅋ거리며 말했다. "저는 그래도 우리 교회가 좋아요." "좋다고요? 뭐가 그리 좋아요?" "가장 좋은 건 교회에서 되도 않는 소리를 듣지 않는 거예요. 이전 교회에서는 교회만 가면 되도 않는 소리를 들어야 했거든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속이 터지고 숨이 막혔죠."

세속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요즘 교인들은 교회에서 세상에 없는 절대 진리를 구하지 않는다. 목사의 설교를 하늘의 신령한 음성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까놓고, 나이 50만 넘어도 교회에 목사 설교 들으러 가지 않는다. 요즘 나는 가끔 대놓고 말한다. "교회요?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 만나러 갑니다." 설교가 하찮다는 게 아니라, 목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거다. 목사의 설교, 조금 말 안 되고, 조금 버벅거리고, 가끔씩 뒤엉켜도 상관 없다. 들으면서 속 터지고 숨이 막힐 정도만 아니라면 말이다. 하는 이나 듣는 이나, 설교에 목숨 걸지 말자.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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