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려면 하느님의 은총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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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려면 하느님의 은총을 활용하라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09.1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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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그리스도교의 이상-1: 어둠으로부터 건져지다-3

수도자의 기도와 거룩함의 표양은 중요하다 

성 크리소스톰은 수도자들만이 완전함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평신도들은 지옥만 면하면 된다는 오류에 맞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평신도와 수도자 모두 덕을 쌓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는 단지 살아있기만 해서는 안되며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이집트를 떠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약속된 나라에 가야 한다”.

동시에, 예를 들어 동정을 지키는 것 등 복음의 이런 저런 권고를 아무리 완전하게 지킨다 하여도, 더욱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덕인 정의와 자선을 베풀지 않는다면 앞에서 말한 덕을 실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그는 말하길: “단식을 하거나 바닥에서 잠을 자는 고행, 재를 먹거나 쉬지 않고 우는 것도 의미가 없다. 만약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신이 동정의 몸이라도 자선을 베풀지 않으면 주님의 신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자들은 교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 그들의 기도와 거룩함은 교회 전체에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그들의 표양은 평신도들로 하여금 그들 역시 “이 세상의 이방인이자 순례자”로 살도록 가르치며, 물질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도시의 허망한 동요 가운데서도 그의 그리스도교적 자유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모든 일에서 다만 그리스도를 기쁘게 해 드리고 동료 인간들에게 봉사하는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fatherdavidbirdosb.blogspot.com
사진출처=fatherdavidbirdosb.blogspot.com

그분의 은총을 활용하라

한 마디로 말해, 크리소스톰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지복은 수도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만약 그렇다고 하면 그것은 우주를 파멸시킬 것이다.”

사실상,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를 자신의 새로운 정체로 받아들인 사람이면 누구나 그분께서 거룩하신 것과 같이 거룩해져야 한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우리의 행동은 그분과의 일치를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분은 자신의 현존을 우리 안에서 또한 우리를 통해 드러내 보이셔야 한다. 생각하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만,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다음과 같은 강력한 말씀을 우리에게 하셨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둔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밝게 비출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르코 5,14-16)

교부들은, 특별히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사람 안의 “빛”은 하느님 자녀됨의 표상이며, 우리 안에 살아 계신 말씀이라고 믿었다. 교부들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결국 형식적인 전례보다는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함을 사그러들지 않는 사랑으로 보존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클레멘트는 덧붙여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를 완전함의 길로 인도하시고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가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행하시는 영적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한 빛이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암흑에 싸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빛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룩함”은 무엇인가?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진정으로 성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춰질 위험을 감수하고도 성인이 되길 바랄 수 있는가? 주제 넘은 생각은 아닌가?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사실, 많은 평신도와 다수의 성직자들조차도 그들이 현실적으로 성화(聖化)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적인 사고가 아닐까? 겸손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태만한 것인가? 패배의식, 또는 절망감인가?"

하느님이 우리의 삶의 성화를 바라신다면 그리고 거룩함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사실이 그러하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빛과 힘, 용기를 틀림없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반드시 주실 것이다. 우리가 성인이 못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은총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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