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 보아라
-닐숨 박춘식
이파리는 아직 싱싱하게 보이지만
나무의 잔가지들은, 겉 모르게
조곤조곤 가을을 만지작거립니다
새하얀 백사장 모래알들이 더 멀리
아침 햇살로 한껏 화사하게 밝은 새남터
이미 큰 소문으로 구경꾼들이 웅성거립니다
교우들은, 가슴 속 깊이 묵주 구슬을
또는 목도리로 십자고상을 감싸 안으며
탄원이 아닌
울먹 울먹거림이 아닌
한탄이 아닌
통곡이 아닌
하늘을 응시하는 그분의 눈동자만을 바라봅니다
온몸으로 보살피던 조선의 여린 천주교당
틈나면 복음의 비유를 풀이하던 김대건 신부
무어든 하나 더 또 가르쳐주었던, 그분이,
*9월 16일 아침
들숨 날숨으로 높이 하늘로 오릅니다
한강 물고기들은 머리를 숙이고
새들과 강바람은 함께 눈물로 높이 배웅하며
강 건너 나무들도 연신 허리 굽혀 절합니다
먼 훗날 다시 보고 싶어 높이 걸어두렵니다
모래가 하얗게 모여드는 강변의 그 핏자국
새남터 – 그 날을 – 그 곳을
“교우들 보아라”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3년 9월 11일 월요일)
* 본명:김대건(金大建)/출생:1821년 8월 21일, 충청도 면천군 범서면 송산리/순교:1846년 9월 16일(향년 25세), 한성부 서부 용산방 새남터/(나무위키에서옮긴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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