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시인이 만난 시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컷](/news/photo/202309/5879_17025_3843.jpg)
환상의 빛
-김성은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단지 조금 이상한』(2013. 강성은. 문학과지성사)
*시를 만난 시인의 말
그래, ‘단지 조금 이상한’ 일이 켜켜이 쌓여 인생을 이루는거야
예수보다 두 배쯤 되어 가는 나이에
그가 만난 것의 반도 만나지 못했으니
그래, ‘단지 조금 이상한’ 일이야.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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