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광남 칼럼

점심 먹으러 동네 한식 뷔페에 갔다. 요즘 음식점에서 한끼 먹으려면 기본이 1만원인데 한식 뷔페는 7천원이면 한끼가 가능해서 종종 찾는다. 음식값이 저렴해서인지 손님들도 대부분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다.
오늘 내 옆자리에는 6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가 앉았다. 두 사람 모두 건물 청소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남자는 여자를 '여사님'이라고 부르고 여자는 남자를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실장님이 여사님을 꼬시느라 애를 쓰는 게 보였다. 실장님은 느물거렸고 여사님은 단호했다.
실장: 여사님, 일요일에 뭐해?
여사: 교회에 가요.
실장: 교회? 교회에는 왜 가?
여사: 왜라니요? 지은 죄 회개하러 가죠.
실장: 죄? 무슨 죄? 여사님이 무슨 죄를 짓길래...
여사: 무슨 죄라니요. 사는 게 다 죄 아니겠어요?
갑자기 여사님을 구출해 주고 싶었다. 느물거리는 실장님에게서, 그리고 삶에 지친 그녀에게 주일마다 죄에 대한 회개를 요구하는 교회에서.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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