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회개를 요구하는 교회
상태바
주일마다 회개를 요구하는 교회
  • 김광남
  • 승인 2023.09.03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광남 칼럼
by J. Kirk Richards
by J. Kirk Richards

점심 먹으러 동네 한식 뷔페에 갔다. 요즘 음식점에서 한끼 먹으려면 기본이 1만원인데 한식 뷔페는 7천원이면 한끼가 가능해서 종종 찾는다. 음식값이 저렴해서인지 손님들도 대부분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다.

오늘 내 옆자리에는 6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가 앉았다. 두 사람 모두 건물 청소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남자는 여자를 '여사님'이라고 부르고 여자는 남자를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실장님이 여사님을 꼬시느라 애를 쓰는 게 보였다. 실장님은 느물거렸고 여사님은 단호했다.

실장: 여사님, 일요일에 뭐해?
여사: 교회에 가요.
실장: 교회? 교회에는 왜 가?
여사: 왜라니요? 지은 죄 회개하러 가죠.
실장: 죄? 무슨 죄? 여사님이 무슨 죄를 짓길래...
여사: 무슨 죄라니요. 사는 게 다 죄 아니겠어요?

갑자기 여사님을 구출해 주고 싶었다. 느물거리는 실장님에게서, 그리고 삶에 지친 그녀에게 주일마다 죄에 대한 회개를 요구하는 교회에서.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