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뱀들을 보라, 당신의 교회는 어느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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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뱀들을 보라, 당신의 교회는 어느 편인가?
  • 김선주
  • 승인 2023.08.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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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를 보며

요한묵시록은 성서 안에서 매우 유니크한 책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이 그림언어로 된 설화와 환타지 장르에 속하기 때문이다. 요한은 로마 제국에 의해 박해 받던 초기 리스도인들에게 박해를 잘 참고 견디며 경건하게 살기를 권면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데, 로마 정부의 압제와 감시를 피하기 위해 비유와 암시, 상징 언어로 글을 쓴다. 요한의 묵시록을 수신한 교회들은 비유와 상징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세대주의 종말론자들에 의해 역사적 종말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책으로 둔갑하면서 이만희 같은 이단 교주의 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그 요한묵시록 12장에 이런 그림언어가 나온다.

"용은 자기가 땅으로 떨어진 것을 알고, 그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을 쫓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에게 큰 독수리의 두 날개가 주어졌습니다. 그리하여 그 여인은 광야에 있는 자기 처소로 날아가, 그 뱀을 피하여 그곳에서 일 년과 이 년과 반 년 동안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그 뱀은 여인의 뒤에다 강물 같은 물을 입에서 뿜어내어 여인을 휩쓸어 버리려고 하였습니다."(13-15)

요한은 제국의 권력을 ‘용(龍)’으로 상징하고, 박해받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여자로 상징한다. 뱀과 여자의 우주적 대 혈투가 벌어지는 판타스틱한 장면이다. 종교적 의미를 제거하고 보면 이처럼 재미있는 만화(Cartoon)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뱀이 여자를 공격하는 방법이 입에서 물을 강 같이 토한다. 여자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강물에 떠내려가게 하려는 것이다.

뱀과 용은 물과 관련되어 나타나는데 동양에서는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으로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그 뱀의 입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물이 여자를 떠내려가게 만드는데 여기서 물은 무질서와 혼돈을 상징한다. 노아 시대의 홍수, 모세 시대 히브리인 사내아이들의 무덤이 된 나일강, 물 위를 걷는 예수(혼돈과 무질서를 제압하는 예수)의 드라마를 통해 물의 부정적 상징을 볼 수 있다.

 

Die Bamberger Apokalypse
Die Bamberger Apokalypse

일본 천황가의 계보를 기록한 <고사기>와 일본 최초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야마타노오로치’라는 꼬리와 머리가 여덟 개 달린 뱀이 나온다. 이 뱀신은 시골의 보잘것없는 잡신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변 부족들을 제압하고 최초로 통일된 국가 형태를 만든 야마토가 등장하면서 야마타노오로치라는 뱀신은 중요한 신의 지위를 갖게 된다. 폭력과 살상으로 중앙 집권을 이룬 야만적 권력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뱀은 제국의 원흉이며 세계에 무질서를 가져오는 악의 세력이다. 그 악의 세력이 ‘물’이라는 혼돈을 방류함으로써 이 세계는 오염되는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뱀은 ‘오피스(ὄφις)’라 하는데 타락한 인간과 사탄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젠 타락한 인간이 배설하는 혼돈의 물은 상징이 아니라 실제가 되고 말았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기어이 방류한 것이다. 바다에 방류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이라는 민간 기업은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가장 값싼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적 이익이라는 자본 권력의 이해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외면한 것이다. 이것은 뱀 같이 사악한 짓이다. 자본가에겐 조국도 없고 생명의 존엄성도 없다. 그들의 조국은 오직 수익이며 효율성이다. 지금 당장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타자의 생명 따위는 짓밟아도 되고 세계를 파멸시켜도 된다. 그것은 뱀 같이 교활하고 사악한 짓이다.

전쟁은 한 지역을 말살하고 제한된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바다는 모든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생명의 시원이다. 이제 뱀 같은 자들이 뿜어낸 핵오염수를 마시며 우리는 서서히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뱀이 배설한 오염수에 썩어가는 생명들로 넘쳐날 것이다.

핵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것은 도쿄전력이다. 도쿄전력의 손을 들어준 것은 기시다 총리다.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고 그의 결정에 동조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선출한 결정적인 집단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회들이다.

지금도 여전히 용과 그리스도의 대쟁투의 시대이며 뱀과 교회(그리스도인)들의 대쟁투의 시대다. 누가 용과 뱀인지 똑똑히 보라. 저 뱀들을 보라. 당신의 교회는 어느 편인가?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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