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발작버튼, 공산전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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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발작버튼, 공산전체주의..
  • 김선주
  • 승인 2023.08.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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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사람들 신체엔 민감한 부위가 있다. 성감대가 그것이고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 또한 예민한 부위다. 그곳이 외부에 접촉하는 방법과 강도에 따라 사람은 흥분하기도 하고 포복절도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정신에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이성이 정지되고 발작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폭력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현상이 있다. 그 부분을 건드려서 사람들을 발작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소위 ‘발작버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나는 이 발작버튼을 마스터 키워드(master keyword)라고 부르는데, 내 책 <기독교인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의 한 쪽을 할애해 썼다. 특정한 단어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면 그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흥분한다. 합리적 사고 능력이 일순간 증발하고 마치 좀비가 된 듯이 그 말의 방향을 향해 울부짖으며 달려들어 물어뜯고 할퀸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작버튼을 눌렀다. 누군가 써 준 것을 사전 검토 없이 읽어버리는 동네 바보 형 같은 대통령의 논법이 극우의 발작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상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떠드는 시골 장마당의 낮술 노인들의 정치담화처럼 목소리는 상스럽고 논리는 괴랄스럽다. 그래서 모르는 시골 촌부들이 볼 때 저 노인네가 그래도 뭐 좀 아는갑다 하지만 사실은 지적인 무지렁이거나 반거충이다. 그런 인사가 대통령이 되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말이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이다.

공산주의=전체주의라는 도식을 사용한 것이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두 단어를 묶어 쓴 것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좋아할 만한 말이다. 전 국민의 30%에 해당하는 좀비들, 그들을 제어하고 움직이는 방법은 온갖 악의 독극물이 묻어있는 단어들을 난사하는 것이다. 공산주의, 빨갱이, 마녀, 이단, 전라도 같은 것들이 발작버튼이었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조국의 광복을 축하한 게 아니라 소수의 좀비 세력을 자극할 발작버튼을 눌러 무언가 획책하려 한 것이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신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자유당 정권 당시 서북청년단의 주장을 보는 것 같다. 서북청년단의 모태가 한경직 목사의 영락교회였다. 그러고 보니 서북청년단 같은 소수 극우 반민족 세력을 향해 발작버튼을 눌러버린 윤석열을 지지하고 당선시킨 것도 보수적 개신교회 아닌가.

교회만큼 발작버튼이 잘 통하는 곳도 없다. 사랑, 구원, 은혜, 예수님, 하나님, 성령, 지옥, 마귀 같은 단어 하나면 사람들을 발작하게 만들 수 있는 집단이 교회다. 교회가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 이유는 발작버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발작버튼이 잘 작동하는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는 원리도 같은 데 있다. 이런 원리가 잘 통하는 개인이나 집단, 사회일수록 미개하다. 우리는 지금 미개한 사회에 살고 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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