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김기택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
모두가 머리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벌어진 입으로 쉬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지만
명태들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다
모두가 악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입만 벌리고 있다
그물에 걸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입을 벌렸을 때
공기는 오히려 밧줄처럼 명태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헐떡거리는 목구멍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숨구멍 막는 공기를 마시려고 입은 더욱 벌어지고
입이 벌어질수록 공기는 더 세게 목구멍을 막았을 것이다
명태들은 필사적으로 벌렸다가 끝내 다물지 못한 입을
다시는 다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끝끝내 다물지 않기 위해
입들은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억지로 다물게 하려면 입을 부숴버리거나
아예 머리를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말린 명태들은 간신히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물고기보다는 막대기에 더 가까운 몸이 되어 있다
모두가 아직도 악쓰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입은 그 막대기에 남아 있는 커다란 옹이일 뿐이다
옹이 주변에서 나이테는 유난히 심하게 뒤틀려 있다
『소』 (2005. 김기택,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말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는 첫 구절에 입을 닫았다.
‘모두가 머리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는 둘째 구절에 눈을 질끈 감았다.
뻔뻔한 입이 없으면 그제야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하다.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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