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치명적 비극, 소름끼치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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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치명적 비극, 소름끼치는 침묵
  • 김영수
  • 승인 2023.07.24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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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월요시국기도회 김영수 신부 강론 - 2023. 7. 17

“인간에 천한 것이 우쭐거릴때면,
악한무리가 그 둘레에 모여들기 마련이다”(시편 11,9 최민순 역)

어느날 우리가 사는 마을에 느닷없이 멧돼지 무리가 나타나 온동네를 휩쓸고 다니며 쑥대밭을 만들고 있습니다. 밭이란 밭은 온통 파헤쳐서 곡식이며 먹을 거리들이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가축들은 놀라서 달아나기 바쁩니다. 이놈들은 이제 동네 사람들을 들이 받고 집안까지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멧돼지들이 파헤쳐 놓은 밭에서 한숨만 쉬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다친 가축들만 돌보고 있으면 될까요? 이놈들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며 숨 죽이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면 될까요? 

그런데 더 무서운일은 이 멧돼지들이 핵오염수를 마시고 살아서인지 짐승이 아니라 괴물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사람으로 착각하고 마을을 차지하여 그곳에 괴물의 왕국을 만들려 하고 있으니, 공포영화에나 나올 일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독재왕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을 무시하고, 검찰과 권력에 아부하는 간신배들과 부패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주권을 행사하고, 모든 권력이 이들로부터 나오는 왕국을 만들기 위해 괴물처럼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 설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입니까? 다 함께 나서서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와 이들을 몰아내든지, 잡아서 짐승이 가야할 곳으로 보내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이지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챗봇(ChatGPT)에 시험삼아 이 질문을 던져 보았답니다. “윤석열을 어떻게 할까요?”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신박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윤석열 독재자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인공지능이 무수한 모든 자료를 검토한 끝에, 윤석열에 대해 ‘중립적, 객관적, 과학적’으로 내린 엄정한 판정은 ‘독재자’입니다.

윤석열이 공식 석상에서 내뱉은 자유라는 말이 500번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이며, 무엇을 위한 자유입니까? 역사를 거스르고, 양심을 거스르고, 인간성을 짓뭉개서라도 자신들만이 대를 이어 물려받은 특권을 지켜주는 자유입니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수있고, 누구라도 가차없이 가두고 제거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상식을 거짓 선동으로 매도하고, 과학에 근거한 경고는 괴담으로 치부하고, 정치적 농단을 애국으로 고무 찬양하며, 출신도 불분명한 배우자와 무속인의 말을 신앙처럼 떠받드는사람들이 만든 독재왕국을 위한 자유입니다.

 

케테 콜비츠, ‘농민전쟁’ 연작 판화, [잡힌 사람들](1908)
케테 콜비츠, ‘농민전쟁’ 연작 판화, [잡힌 사람들](1908)

독재자의 탐욕으로 지어진 피톰과 라메세스

독재자는 자신에게 저항할 백성이 더 많고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그래서 강제노동으로 억압하고 부역 감독들을 세워 백성들이 오직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감시합니다.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어 거둔 곡식과 재물을 저장하는 피톰과 라메세스는 독재자의 탐욕과 권력자들의 타락을 상징합니다 (탈출 1,11)

이 시대의 독재정권은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백성이 더 많고 강해지는 것이 두려워 검찰을 앞세워 몽둥이질을 일삼고, 언론을 장악해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주가 조작과 땅 투기와 사기로 분탕질한 재산을 저장할 피톰과 라메세스를 짓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틀어서 라도 처가를 부동산 왕국으로 만들고, 핵쓰레기를 모아서라도 원전 마피아들의 창고를 채워주며, 강대국의 발바닥을 핥아서라도 왕노릇과 독재의 권좌를 누리려 하는 이 정권은 이 시대의 파라오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이 억압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 나갔다고 전합니다(탈출 1,12)

파라오가 이렇게 불어나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두려워하여 더욱 혹독하게 부리고, 심지어는 태어나는 사내아이들을 모두 강에 던져버려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지만(탈출 1,13) 하느님의 정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파라오의 독재를 이겨낼 힘을 주십니다. 파라오가 지배하는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자유의 나라, 평화의 나라를 향한 여정을 준비하십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라는 진리는 어느 시대에나 엄연한 정의이며 반드시 다가오는 현실입니다. 해방을 향한 그 여정은 오랜 세월을 거쳐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됩니다.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나 개인의 내적 평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평화는 개인의 안녕은 물론 공동체의 안녕도 포함합니다.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말합니다.

예수님이 주시고자 한 평화도 바로 이런 평화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권력과 힘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주시려고 오셨습니다. 그 평화는 소수의 기득권자만이 누리는 평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리는 평화입니다.

진실이 사라지고 정의가 무너져도 ’그것 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 누리는 이기적인 평화가 아니라 상식이 통하고 진실이 존중받으며 정의가 바로 서는 평화입니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칼을 주러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참된 평화를 이루는 칼, 독재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거짓의 허상을 걷어내는 칼, 이기심과 권태의 틀을 부수어버리는 칼이 있어야 참된 평화의 길이 열린다는 말씀입니다.

 

마르틴 니뮐러 목사
마르틴 니뮐러 목사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

20세기 초 히틀러가 권력을 잡았을 때, 그가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가 되어 상상도 못할 살육과 전쟁으로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어리숙해 보이는 그를 앞세워 권력을 잡았고, 지식인과 문화 예술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찬양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교회는 그들의 행렬을 막지않았고 심지어 히틀러를 메시아로 추앙하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양심있는 사람들조차도 침묵이 미덕이 되었고, 비겁한 사람들은 멀찍이서 이 비극을 지켜 보았습니다. 마침내 두번의 전쟁과 수백만명의 학살을 겪은 후, 한때 나치를 지지했던 독일의 한 종교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치가 처음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마르틴 니묄러, ‘침묵의 대가’)

20세기 인권운동가이며 시민권과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에 일생을 바친 마르틴 루터킹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침묵이 만드는 비극에 대해 이렇게 경고합니다. “한 사람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평온하고 안락한 순간에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도전과 논란의 시간에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입 니다. 우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하여 용기를 잃고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종말을 고하기 시작합니 다. 그리고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입니다. 위기의 시대에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김영수 신부
전주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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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TV-가톨릭일꾼>

https://www.youtube.com/@tv-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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