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오늘의 교회로부터 들을 얘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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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오늘의 교회로부터 들을 얘기가 없다
  • 김광남
  • 승인 2023.07.1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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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남 칼럼

며칠 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시청했다. 탐사기획팀은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없애려 하는 것이 여성들을 얼마나 큰 위험과 차별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지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리고 전문가들의 논평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마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런 지적에 맞서 다른 의견을 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스트레이트>의 지적이 꽤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남성인 나는 잘 몰랐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 문제가 꽤 심도 있게 논의되어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안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회에서 여성 문제가 (비록 지금 정책적으로는 역행하고 있을지라도) 저토록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데, 교회 일각에는 아직도 2천년 전에 쓰인 성경 구절 몇 개를 붙잡고 여성안수 불허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평생 성경을 읽고 신학을 공부했다는 학자들이 그런 입장을 신학적으로 옹호하기까지 한다. 한심해도 너무 한심하다.

그런데 사실 한심한 건 여성 문제뿐이 아니다. 동성애, 성차별, 양극화, 인구, 평화, 돌봄, 안전, 환경 등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오늘의 교회는 세상보다 나은 견해를 내놓지 못한다. 기껏해야 교회 내의 미친 주장(세월호는 하느님의 뜻, 동성애는 죄, 좌파는 빨갱이, 복지와 돌봄은 망국의 길)을 반박하는 정도다. 쉽게 말해, 세상은 오늘의 교회로부터 들을 얘기가 없다. 세상이 악해서 귀를 막는 게 아니라 귀를 크게 열어도 들어줄 만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오래 듣고 있으면 복장 터질 만한 소리나 접하게 될 뿐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신학의 심화와 발전을 통해 극복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신학이 홀로 심화 발전하는 동안 세상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지 않는 한 말이다. 교회가 특별계시를 붙들고 씨름하는 동안 세상은 일반계시를 붙들고 씨름했다. 대개 우리는 '특별'이 '일반'보다 나은 거라고 여기지만, 그건 정말 우리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다.

세속시대다. 나는 이 시대가 하느님의 오랜 섭리를 통해 나타났다고 여긴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세상이 알지 못하는 답'에서 찾는다면, 교회에 미래는 없다. 세속화된 세상이 그런 킬러 문항 같은 교회의 답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김광남
숭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동 대학교 기독교학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0년 이상 기독교 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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