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가 던진 그물처럼, 세월호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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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가 던진 그물처럼, 세월호 아이들도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08.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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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화문 시국기도회 강론_ 권영상 신부_가르멜수도회
권영상 신부_가르멜수도회

오늘 우리는 동정녀 마리아께서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하심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마리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에 의해 하느님의 아드님의 어머니로 선택되시고, 또한 오랫동안 아이가 없다가 하느님의 자비로 아이를 가지게 된 사촌 엘리사벳을 축복하기 위해 산길을 나서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과 엘리사벳에게 주신 모성의 선물을 함께 기뻐하고 나이 많은 엘리사벳에게 봉사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의 인사는 엘리사벳 태중에 있던 아기를 어머니의 태중 안에서 열정에 차서 뛰놀게 합니다. 하느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태중에 예수님, 기쁨의 원천을 지니고 오셨기 때문입니다.

모성은 기쁨을 낳도록 하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에게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우리의 슬프고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십니다. 늙은 나이에 아기를 임신하고 힘들었을 엘리사벳을 그리고 태중의 요한을 위로해주시고 용기를 주셨던 것처럼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를 우리 마음에 살아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해 주십니다.

성모님은 우리를 찾아오시기 위해 밤길을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이 저녁에도 우리와 함께 간절히 기도해 주십니다.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주님의 정의와 용서가 이루어지기를 우리와 함께 기도해 주십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는 성모 마리아님께서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불러 올라가심을 기뻐합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오늘 동정녀께서 기쁨으로 가득 차서 하늘로 오르셨고 하늘 나라 시민들은 어머니가 오심에 즐거움으로 넘쳐났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렇듯 아름다운 말을 덧붙입니다.

"오늘 우리의 땅에서 하늘에 가장 귀한 선물을 보냈도다. 이 놀라운 우정의 행위, 주고받음의 행위로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이, 지상의 것과 천상의 것이, 겸손함과 숭고함이 하나가 되었다. 땅에서 맺어진 가장 좋은 열매가 하늘에 있고 거기에서 가장 좋은 선물들과 보다 가치 있는 은총들이 내려오도다."

가장 높은 곳에 이르신 성모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은총들을 내려 주십니다. 세월호의 슬픔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오늘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얼마 전에 한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전에 고등학교 교사를 하셨고 지금은 정년 퇴직을 하신 분이십니다. 기도 생활도 열심히 하시고 요새는 성경공부도 하러 다니십니다. 이 자매님은 마산 토박이시고 투표를 하면 당연히 1번 찍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께서 세월호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는데, 어느 날 꿈을 꾸시고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꿈에 아이들이 탄 배가 가라앉는 꿈을 꾸었는데 그 아이들이 아주 큰 그물에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이들이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지, 자매님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물으셨습니다. 자매님이 꿈 이야기를 할 때 제 머리에서는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리라.”

아이들이 들어 있던 그물은 분명 어부 베드로가 던진 그물이 틀림없습니다. 어부 베드로의 승계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한국의 정치가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애써서 세월호를 피해 갔지만 교황님은 아버지로서 안아 주셨습니다. 교황님은 세월호 가족들을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긴 이들을 이 지상에서 안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지상에서 푸는 것은 천상에서도 풀릴 것이다.”

이 지상에서 교황님은 세월호를 안아 주셨습니다. 분명 천상에서는 우리 죄인들의 어머니께서 우리보다 먼저 하늘에 오른 아이들을 안아 주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성모님은 하늘에 오르신 것입니다. 아직 우리의 아픔과 안타까움을 해소하려면 많은 시간이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걱정하지 마라. 나다.”

주님을 믿고 용기를 잃지 맙시다. 이 지상에서는 우리들이 날마다 세월호를 기억합시다. 천상에서는 성모님과 사도들이 그리고 성인들이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하늘에 올림 받으신 성모님께서 당신의 아이들을 꼭 안아 주십니다.

강론_ 권영상 신부_가르멜수도회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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