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하얗게 먹던 아침*
-닐숨 박춘식
하얀 쌀밥을 빼앗긴 북녘 아이는
꽃제비 되어 땅만 두리번거리다가
소똥 앞에 쪼그려 앉아 꼬챙이로 살핍니다
미쳐 소화가 안 된 콩 알갱이 하나를 헤집어
찜찜한 바지 엉덩이에 쓰윽 문질러 먹었다는
한 탈북자의 고백에 저의 울대가 뻑뻑거렸습니다
‘기진맥진한 사람에게
물 한 모금 주지 아니하고
굶어 죽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더니’**
근데,
이 천벌을 남녘 사람도 응당 나눠야 한다면-
하느님,
북녘을 위해 기도를 게을리한 저를 용서하소서
에구에구 하느님, 용서하소서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3년 3월 20일 월요일)
* 탈북자를 위한 ‘이만갑’에서, 북녘 경찰관으로 일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뒤를 이어, 자신은 남한 경찰관이 되겠다는 젊은 탈북자가 울면서 이런저런 고백하는 말을 듣고, 저도 눈물로 응답하였습니다.
** 공동번역 성서. 욥 2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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