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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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 최태선
  • 승인 2022.12.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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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altusfineart.com
사진출처=altusfineart.com

테드 제닝스는 오늘날 그리스도교를 ‘종교적 그리스도교’라고 칭한다. 사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에 속한 사람들은(나는 지금 의도적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있다) 자신들이 아는 그리스도교를 전부로 알기 때문에 테드 제닝스가 말하는 ‘종교적 그리스도교’라는 말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강남의 한 교회를 방문한 후 그곳에 다니는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소망을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교회가 ‘종교적 그리스도교’에 속한 대표적인 교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이해시켜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런 내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실 나는 그들과 함께 ‘살아계신 주’를 찬양하고 싶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찬양을 부를 때마다 나는 절로 눈물이 난다. 그러나 내 눈물의 의미는 전과 달라졌다. 전과 같이 지금도 그분은 똑같이 살아계시지만 그 의미가 달라졌다. 그 달라진 의미를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그 찬양은 이제 내게 ‘새 노래’가 되었다. 새 노래란 깨달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그런 내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이제 남은 내 삶의 목표이자 일상이 될 것이다.

“종교적 기독교 이전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당시 주변인들에게 무신론자 혹은 신실하지 않은 혹은 (공산주의는 아닌) 신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로 여겨졌다.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기독교를 국교화하려 노력했는데, 당시 기독교인들은 자기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이었고, 그걸 체험한 이들은 로마로 되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 철학자와 지식인들은 기독교인들은 반종교적이라서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기독교는 숭배 예식도 없고, 절대 신을 만들기보단  ‘인간이 된 예수’를 말했으며, 전혀 종교적이지 않았음에 오히려 더 불편하고 위험했던 것이다.”(테드 제닝스 <무법적 정의>에서 인용)

이 내용에서 우리는 테드 제닝스가 말하는 ‘종교적 그리스도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종교적 그리스도교 이전의 그리스도인들은 당시 주변인들에게 무신론자 혹은 신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로 여겨졌다.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은 비종교적이었다. 그들은 신에 대해 마땅히 보여야 할 존경심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유대인들처럼 그들이 내세우는 신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그리스도교가 소멸하지 않고 성장했던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삶이 매력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보고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오늘날 그리스도교에 속한 사람들은 그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가 그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 전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열심히 제자 훈련을 하면서도 막상 제자가 되면 그런 사람들을 교회에서 쫓아내는 곳이 되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적극 부인한다.

그래서 열심히 제자 훈련을 하지만 제자 훈련을 마친 사람들은 키르케고르가 말한 ‘뒤뚱거리는 거위’가 아니라 ‘발을 맞추어 걷는 거위’가 된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을 해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나는 비난하고 싶지 않고, 더구나 빈정거리는 일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작은 충격이라도 주어서 실상을 보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테드 제닝스가 한 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기독교인들은 자기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이었고, 그걸 체험한 이들은 로마로 되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을 가리는 시금석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삶이야말로 로마의 황제가 주님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는 그들의 고백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징표였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그, '맘몬[돈이나 부를 뜻하는 셈어]')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아무도’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것은 두 주인을 섬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다. 자신은 두 주인을 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겉으로는 주님만을 섬긴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가 하는 말에 주목하는 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두 주인’이다. 그들은 자신이 두 주인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 주인 가운데 하나인 맘몬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종교적 그리스도교’가 가지는 한계이다. 그러나 이 한계를 발견하는 것으로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또한 종교적 그리스도교에 속한(혹은 속했던) 사람들이 가지는 또 다른 한계이다. ‘종교적 그리스도교’ 이전의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극복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이 사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진리를 보았고, 진리를 일상 속에서 구현한 그들은 진리가 주는 자유에 도달했다. 다른 것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고,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실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자기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하면 진정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삶이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으로 자신들의 주인이 누구이신가를 입증했다. 그것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음을 받아드리는 것임과 동시에 한 주인인 그리스도를 섬기고 다른 주인이 될 수 있는 맘몬을 미워하는 적극적이자 실제적인 방식이 되었다. 그들은 비로소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그런 그들 가운데 임한 하나님 나라가 믿지 않는 당시의 종교인들에게 빛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이 복음을 빛으로 만드는가도 알 수 있게 된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를 ‘종교적 그리스도교’로 만든 다른 여러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바로 이 두 주인이다. 오늘날 ‘종교적 그리스도교’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있도록 신학과 교리를 단단하게 구비해놓았다. 특히 가톨릭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안에 계층을 만듦으로써 두 주인을 섬길 수밖에 없는 ‘종교적 그리스도교’를 완벽하게 구축해놓았다.

개신교의 경우는 종교개혁의 기치 가운데 하나였던 ‘만인사제설’을 주장했지만 현실에서는 가톨릭과 똑같이 ‘종교적 그리스도교’ 안의 계급을 철폐하지는 못했다. 어정쩡한 상태이지만 개신교 역시 성직자 역할을 하는 목사들의 계급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급은 성직자와 평신도를 가름으로써 그리스도교 안의 두 주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첩경이 되고 있다. 테드 제닝스는 그 이유 역시 분명하게 지적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생존을 이유로 제국의 종교가 갖는 가면을 받아들였다. 황제에 의해 무참히 죽어가던 기독교가 제국의 종교가 갖는 가면을 받아들이면서, 제국의 통치와 생존의 모든 걸 합리화하는 종교적 기독교로 변모했다.”(같은 책)

‘종교적 그리스도교’가 ‘종교적 그리스도교’ 이전의 그리스도교로 돌아가려면 테드 제닝스가 말하는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가면을 벗겨낸다는 것은 곧 ‘종교적 그리스도교’ 이전의 그리스도교가 그랬던 것처럼 오직 주님 한 분만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고, 그것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기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인 그리스도인들이 되는 것이다.

주님은 오늘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 나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에 속한 사람들이 그 질문에 바르게 대답하고 그 일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바란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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