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은 난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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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은 난 몰라요
  • 서영남
  • 승인 2022.08.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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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불행이나 요행함도 
내 뜻대로 못해요
험한 이 길 가고 가도
끝이 없고 곤해요
주님 예수 팔 내미사
내 손 잡아 주소서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장래 일도 몰라요...

민들레국수집의 일상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거의 이십여 년을 손님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거의 이 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손님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역 기준을 맞추려면 도저히 손님들이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할 자리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도시락을 나누고 민들레국수집 앞에 조그만 천막을 쳐서 포장마차처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손님들이 어묵과 커피, 간식거리로 노숙에 지친 손님들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렸습니다.

손님들에게 도시락꾸러미를 나눌 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컵라면이었습니다. 컵라면 덕분에 도시락꾸러미로 하루 두 끼니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밥을 조금 남겨서 컵라면과 함께 먹으면 그럭저럭 끼니를 때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안타깝게도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물을 구하는 일이 큰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관공서에 있던 정수기에서 별 어려움 없이 물을 구할 수 있었는데 방역 때문에 정수기를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을 얻는 것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방역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쓴 다음에 뜨거운 물을 청하면 겨우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손님은 뜨거운 물을 구하기를 포기하고 찬물로 컵라면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컵라면을 찬물에 불려 먹으면 맛이 하나도 없습니다. 손님들의 어려움을 듣고 도시락꾸러미에 생수 한 병씩 넣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 포장마차에서는 항상 뜨거운 물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놓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 눈이 내리는 날, 바람이 부는 날에 도시락을 먹는 것이 힘 들지 않은지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배 고픈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참 많은 고마운 분들이 컵라면을 보내주셨습니다. 생수도 많이 보내주십니다. 손님들이 냉장고에 차갑게 만든 생수를 드리면 정말 좋아합니다. 손님들께 생수를 충분히 차게 해서 드리기 위해 생수 냉장고도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필요한 분에게는 두 병도 세 병도 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4월에 민들레국수집에서 다시 식사 대접을 시작하면서는 많이 남겨진 컵라면을 손님들이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참 좋아했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으면 밤에 출출할 때 컵라면을 먹으면 참 좋다고 합니다. 거의 두 달이나 손님들께 식사 후에 컵라면을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계절이 바뀔 때마다 민들레국수집 앞에서 옷과 생필품을 나눠드립니다. 몇 상자 남아 있던 컵라면을 그저께 옷과 생필품을 나누는 날에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손님들께 나눠드렸습니다. 컵라면은 부피가 커서 민들레국수집에서 보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도시락꾸러미를 나누는 동안에는 컵라면이 많이 쌓여있으면 저의 기분은 참 뿌듯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민들레국수집에는 컵라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컵라면을 비우자마자 컵라면이 24개 든 상자 22개가 도착했습니다. 다시 컵라면이 엄청나게 쌓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제주도에 계시는 안 선생님이 생일을 맞이하셔서 또 나누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요즘은 컵라면보다는 끓여 먹는 라면이 필요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고마운 분께서 “소고기라면 30개들이 8상자를 보낸다는 쪽지가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손님들에게 좀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대접해 보려 합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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