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 포위된 세상, 노동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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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포위된 세상, 노동이 문제
  • 이원영
  • 승인 2021.12.06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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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이원영
사진=이원영

2021년 한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12월이다. 농한기에 텃밭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모임을 여기저기서 갖는다. 내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단체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다. 많이 활동한다고 해서 직장처럼 매일 출근부를 찍지는 않고 한 달에 한번 회의에 참석하고 시간이 되면 행사나 집회에 참석하는 정도다.

기환연은 초교파적 환경운동단체라 타교단 목사님을 만나곤 한다. 주로 감리교, 기독교장로회(기장), 예수교장로회(통합)다. 이런 분들과 함께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환경교육교재를 2권 출간했고 이 달 말이면 발간될 ‘한국교회 생태매뉴얼’에 참여했다. 글을 쓰고 책을 묶어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노력을 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과 플라스틱으로 인한 토양과 해양오염으로 제로웨이스트가 큰 화두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절약과 육식보다 채식을 한다. 석유로 기른 먹거리란 말이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관행농보다 유기농을 실천해야 한다. 유기농은 탄소를 땅에 가두는 효과가 있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하지만 늘 큰 벽처럼 느껴지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에 포위된 세상이다. 당장 내가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의 자판도 플라스틱이다. 책의 내구성을 위해 겉표지는 얇은 비닐로 입혀있다. 음식을 사도 비닐봉지에 담아주고 마트에 소비자를 기다리는 식재료는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랩으로 포장되어 있다. 마시는 음료수와 음식을 먹는 숟가락과 포크, 칼도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용기로 최고다. 철이나 유리보다 안전하고 가벼우며 내구성도 강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재사용이나 재활용보다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이 많아 심각한 쓰레기문제를 낳고 있다. 플라스틱의 해결책은 전량 재활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플라스틱이 처음 미국에서 생산되었을 때 일회용이란 개념이 없어 봉지나 용기를 재사용했다. 플라스틱의 소비를 위해 위생과 청결이란 개념을 사용했고 그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났다. 결국 플라스틱의 문제는 일회용 사용과 맞물려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즉석식품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가볍고, 가변성과 밀폐성이 좋아 음식을 담아 이동하거나 보관하기 좋다. 즉석식품은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바쁜 직장인들에게 즉석식품은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직장인들은 왜 바쁜가?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법에 따른 근무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투잡, 쓰리잡이 필요할 만큼 저임금 노동자들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가사와 육아노동이 존재한다. 사람은 노동만하며 살 수는 없다. 휴식이 필요하다. 직장생활 외 가정, 육아의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외식을 하거나 즉석식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긴 노동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노동의 대가가 적기 때문이다.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벌기 위해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노동시간이 길어지니 휴식과 여가를 확보하기 위해 즉석식품을 찾고 즉석식품을 찾으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집밥이란 단어가 들렸다. 바쁜 일상 중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으로 한끼를 떼우는 이들이 집에서 먹는 밥이 그리워 등장한 말이 아닌가 싶다. 방금한 밥솥에서 한 그릇 밥을 담아 갓 담은 김치를 올린 밥 한 숟가락의 일상은 모두가 그리워하는 맛이 되어버렸다.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와 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이야기다. 밥은 먹어서 힘이 나기도 하지만 만들어 먹는 과정에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난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의 욕구가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먹는 즐거움이 거세되면 다른 것에도 영향이 미친다. 바쁜 노동시간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즉석식품으로 집밥을 대신하는 세상이 서글프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노동의 문제다.

덧니: 농사를 배우고 텃밭을 가꾸면서 사는 맛을 느낀다. 오늘은 쌍화발효액을 담았다. 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 황기, 계피, 갈근, 감초, 대추와 배, 설탕을 넣고 7개월 간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이 병든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인데 몸은 병들고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 같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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