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원칙과 윤석열 장모의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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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 원칙과 윤석열 장모의 돈벌이
  • 최태선
  • 승인 2021.11.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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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1950년대 농지개혁의 이념이었던 경자유전의 원칙은 소작제 금지로 1962년 헌법에 등장하고 1987년에는 헌법에까지 명시되었다. 그러나 경자유전의 원칙은 원칙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사문화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처벌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60년대 전체 인구의 50%가 넘던 농업종사자는 2020년 4% 수준으로, 1500만에 가깝던 농촌 인구는 2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란을 겪고 있다. 나도 이번 대란을 통해 요소수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관련 제품의 수출금지는 일종의 신호탄과 같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만일 반도체 관련 제품이나 요소수와 같은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식량과 같은 것에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자유전의 원칙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 지금 대비하지 않는다면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손쓸 길이 없는 외통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된 윤석열은 경자유전의 원칙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발언을 했다. 장모의 돈벌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고는 엘리트주의의 한 단면일 뿐이다. 비록 그가 사법고시에서 9수를 했다지만 그는 9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그가 능력주의를 신봉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9수가 그를 겸손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검찰총장이라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그의 이력 때문에 9수는 그의 엘리트주의를 강화하는 역할만을 하게 된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양극화이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현재 20세 이상 성인 중 소득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었다. 10명 중 1명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9명이 절반을 나눠 갖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최악의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런 소득 집중도는 미국·일본에 비해서도 높다.

그런데 우리가 이 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소득의 불평등만이 아니라 자산 불평등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식량안보의 문제만이 아니라 농지가 부동산이 된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일부 정치인들의 경우를 보아서도 알 수 있지만 경자유전의 원칙에 위배되는 땅의 소유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일반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절대로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농지들까지 부동산 바람에 날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자산 불평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런데 보라.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가. 종교 역시 이 점에서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의 명운은 부동산 정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무시하는 윤석열 후보는 최근 또 다시 종부세 폐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부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겠다는 것이다. 윤후보 역시 양극화가 문제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자유전을 무시하고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윤 후보가 국민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는 것에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대통령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들의 정책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억원짜리 집에 살면 매년 200만원씩 세금을 낸다. 그 정도면 집값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사기 용이해진다. 우리의 경우는 재산세하고 종부세가 있는데 크게 효과가 없다. 우린 2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400만원 내고, 30억원이 넘어도 같은 액수를 낸다.(종부세 이전을 기준으로) 우리의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이다. 1%씩 매년 보유세를 걷으면 100년이 지나면 토지를 100% 회수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종부세는 이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 물론 나는 현재 가진 부동산이 없는 사람이다. 안타까운 것은 나처럼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2030세대들이 부동산에 대한 철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이번 정부의 실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동산 폭등은 이번 정부의 실정 탓이 아니라 눈치를 보며 고삐를 조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 있는 자들의 목소리는 언제든 증폭되기 마련이다. 이번 정부의 실정은 어설픈 정책 탓이지 종부세 때문이 아니다. 좀 더 과감하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지지율 하락을 감수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불평등 해소방안이 노동소득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에 자산 불평등에 소홀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자본소득의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어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 임대소득에 관한 과세를 강화하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힘을 다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종부세를 실천해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현저하게 낮다. 조세저항을 생각해서 한 번에 다 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앞으로 보유세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소득의 불평등에 더해 세대 간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21세기 자본>을 쓴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은 정치·사회적 선택의 결과로 해법도 정치적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정책이나 교육, 고용 등 모든 정책은 정치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정당들의 노선과 정책 대결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다양하고,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로 가능하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 다수 득표자가 당선되는 소선구제 역시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도 소수자,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이 반영되기란 여전히 어렵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려면 당연히 일시적 사회적인 혼란이 일게 마련이다. 특히 돈과 부동산이 많은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동체성을 강요하거나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이 터닝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양극화 해소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득 불균형(특히 자본소득)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다.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어떤 후보자가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과 가장 부합하는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나라이다. 그런 면에서 양극화는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단순하다. 하느님이냐 돈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사실은 중력을 거스르는 것만큼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다. 오직 참된 하느님의 백성,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람들만이 이 선택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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