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는 제발 꿈 꾸지 말라고 합니다
상태바
모니카는 제발 꿈 꾸지 말라고 합니다
  • 서영남
  • 승인 2021.11.0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사진=서영남

돈이 있어야 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해지기로 작정해야 하느님이 일을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합니다. 집짓는 사람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기도 합니다.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조그만 식당에 식탁 하나 놓고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시작했습니다. 거짓말처럼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식당이 조금만 넓어지면 우리 손님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반찬을 담아서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집주인 어르신께서 당신이 쓰시던 민들레국수집 옆 공간을 무상으로 쓸 수 있게 내어주셨습니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밥과 반찬을 담아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뷔페식으로 바꿨습니다. 식탁도 하나 더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섯 명이 앉으면 꽉 찼는데 이제는 손님이 열 명이나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8년에 민들레국수집 옆에 있던 쌀가게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18평이나 되는 점포입니다. 엄청 크게 보였습니다. 무작정 월세로 얻었습니다. 그런데 식당으로 꾸밀 돈이 없습니다.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금이 천만 원이나 됩니다. 덕분에 새 민들레국수집에 도시가스도 연결할 수 있었고, 출입문도 새로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을 여섯 개나 놓을 수 있는 있습니다. 이제는 손님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거리의 아이들이 밥을 먹으러 옵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조그만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조그만 공부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석 달 만에 천만 원이 모였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옆에 조그만 집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민들레 꿈 공부방과 어린이 밥집과 어린이도서관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이 민들레국수집에서 배부르게 식사한 다음에 편히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기 돌잔치를 하는 대신 민들레국수집에서 손님들에게 불고기라도 대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젊은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아기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민들레희망센터가 시작되었습니다. 민들레희망센터가 마련되고 이어서 그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민들레진료소도 열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민들레 옷가게도 열었습니다.

2011년에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인세를 받았습니다. 가족들과 상의해서 이웃들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 한 부분은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나보타스와 빠야따스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필리핀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든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어느 날 포스코 청암 봉사상을 받았습니다. 그 상금으로 마닐라 칼로오칸의 공동묘지에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모니카는 제발 꿈 꾸지 말라고 합니다. 꿈이 다 이루어진다면서요. 또 꿈을 꿉니다.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의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느슨한 공동체를 꾸미는 것입니다. 목포의 우진장 여관처럼 괜찮은 마을 비슷하게요.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