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에 젖은 풀을 밟으며 텃밭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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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에 젖은 풀을 밟으며 텃밭을 살펴본다
  • 이원영
  • 승인 2021.09.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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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이원영
사진=이원영

맑은 가을하늘에 가슴이 설레는 아침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셨는데 카페인으로 더 벅차다. 평안과 감사, 경외로움이 가득하다. 지난주에 뿌린 알타리와 갓은 텃밭에서 사랑을 뿌리고 있다.

식물의 떡잎은 왜 저리도 사랑스러울까? 원래 제 모양이 아니라 하트 모양의 넓은 잎을 내는 이유는 생장을 위한 전략이라 짐작된다. 모든 생명의 새끼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어미와 농부의 보호본능을 자극시켜 자신을 살리는 모양이다.

이슬에 젖은 풀을 밟으며 텃밭을 살펴본다. 무는 벌써 벌레들이 달려들었다. 한 주 간격으로 달리 심은 배추의 크기가 다르다. 모두 120포기다. 잘 자라줘서 고맙고 가을장마로 뿌리의 활착을 도운 하늘에 감사하다. 배추 사이로 올라온 당근이 보인다. 다정하게 올라와서 두기로 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말리고 있다. 농협마트에 가보니 말린 고추 3kg에 85,000원이란 가격이 붙어 있었다. 유기농으로 키운 우리 고추는 더 가치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붉어지고 파랗게 달린 고추가 보인다. 김장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줄기에 붙은 피앙의 색이 다르다. 초록이었다 노랗고 빨갛게 변하는 모습이 신비롭다.

지난주에 잎만 무성하던 들깨잎을 따서 깻잎반찬을 만들면서 꽃이 안핀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꽃대가 보인다. 잎을 흔들어 깻잎의 향을 한껏 들이켜 본다. 조금이라도 기름을 짤 수 있으면 한다.

빼곡하게 심은 쪽파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자리를 나누어 자란다. 욕심이 없는 쪽파처럼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한 여름에 심은 수박은 관리를 하지 않아 수확은 못하고 꽃만 관상하고 있다. 꽃만 봐도 좋다. 이웃이 나눈 꽃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텃밭의 생명력에 취해 가을모기에게 혈의 정을 나눈다. 신비와 경외로 감사한 하루를 또 시작한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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