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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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 이원영
  • 승인 2021.08.2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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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가을장마가 시작된 것 같다. 일기예보에서는 계속 비소식이다. 보슬거리는 아침비를 맞으며 텃밭에 나가보았다. 지난 주말에 심은 무씨와 쪽파, 그리고 시금치의 싹이 올라왔다.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에 놀랍고 먹거리를 내어주는 풍요로움에 감사하다.

바람과 빗발이 조금씩 거세져서 밭일을 할 수 없는 날이라 느긋하게 영화를 봤다. <카모메 식당>이란 일본영화다.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란 뜻이다. 바다를 접한 핀란드에 갈매기가 많아서 그렇게 지었을까? 뱃사람에게 갈매기는 육지가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멀고 험한 항해 중 갈매기를 만나면 안도의 기쁨을 느끼지 않았을까?

영화는 핀란드에서 주인공 사치에가 개업한 일식당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치에는 무작정 여행을 떠난 미도리, 항공사의 착오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가 등장한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항해를 시작한 뱃사람과 같이 파도에 흔들리며 목적지를 향해 간다. 육지가 가까울수록 갈매기가 보이는 것처럼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식당이 자리를 잡아간다.

 

영화 말미에 사치에와 미도리가 나누는 대화 중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그거 알아요? 무민에 나오는 해티패티는 전기를 먹고 산대요? 몰랐죠?”
“전기를요?”
“세상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누구든 뭔가를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니까요.”

인간은 먹어야 산다. 아니 살아있는 모든 것은 먹어야 산다. 영화 속 사치에의 말처럼 ‘누구든 뭔가를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니까’ 정교회 신학자 알렉산더 슈메만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예배>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존재다. 즉, 인간은 세상을 자신의 몸 속에 받아들여 그것을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살과 피로 변모시켜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정말로 그가 먹는 그것이다.”

포이어바흐도 ‘인간은 그가 먹은 그것이다’란 말을 했다.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고 그 먹은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인지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사람의 세포는 21일을 주기로 변화된다고 했다. 21일 동안 그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세포조직에 변화를 준다는 말이다. 그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금연교육 기간이 21일이라는 점이다. 21일 동안 담배를 피지 않으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슈타이너는 생애의 변화가 7년 주기로 오며 몸의 모든 기관이 변한다고 했다. 0-6세까지 보호를 받고 7-13세까지 몸이 크면서 세상에 눈을 뜨고 14-21세까지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인지적 사고가 자란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잘 살기(well-being) 위해서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잘 산다(well-being)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건강한 삶이다. 건강한 삶은 잘 먹어야만 하는 일일까? WHO에서는 건강을 ‘단지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well-being)’이라 정의한다. 이를 먹거리로 좁혀보자. 건강한 음식은 건강한 생각(철학)으로 만들어진다. 건강한 생각으로 세워진 사회는 건강한 먹거리가 유통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다. 다시 말해 몸, 정신, 사회(국가) 모두가 건강해야 한 개인이 건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란 책을 읽었다. 그는 핀란드와 인접한 덴마크를 돌아보며 행복한 사회를 위한 6개의 키워드를 서두에 언급했다.

자유: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
안정: 사회가 나를 보호해준다.
평등: 남이 부럽지 않다.
신뢰: 세금이 아깝지 않다.
이웃: 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
환경: 직장인의 35퍼센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 중 대화로 다시 돌아가 보자.

“가게는 일식집인가요?”
“네”
“왜 하필 여기서요?”
“꼭 일본에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핀란드에 오신 거예요?”
“왠지 여기는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알아줄 것 같아서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사실은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라면 나도 살아갈 수 있겠다.”
“그런데 손님이 한 명도 없어요.”

사치에는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일식,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가정식 식당을 핀란드에서 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녀가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음식, 가족을 위한 식사, 사람을 위한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지배한 사회에서 최고의 목적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이윤’을 얻는 것이다. 이윤을 위한 음식, 농사, 건설, 의료, 제조, 의류, 유통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수는 없다. 자본의 논리를 거슬러 형제애,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회는 언제 우리 가운데 실현될까?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이렇게 그들이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예수님께서 대답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그러자 율법 학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다. (마르 12,28-34)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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