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를 심으며
-닐숨 박춘식
초등학생 때 집이 보이는 길목에 오면
곧이 서서 기다리는 뒤꼍의 높다란 미루나무 -
시골길 미루나무가 보이는 성당은 꼭 들립니다
하늘만 바라보는 고집
특이한 재주도 없고 잘난 채 안 하는 미루나무를
꺾꽂이로 옮겨 심어 아침 인사를 나눕니다
항상 바르게 서서, 기도 팔을 흔드는 나무,
몸통 벗는 날
혼불을 들고 미루나무 위에 한참 있다가
사차원으로 가리라는 마음도 지니고 있습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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