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가 맛이 있고 빵이 있으면 점심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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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가 맛이 있고 빵이 있으면 점심은 정말 최고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6.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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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3월 1일, 3일

3월 1일

오늘밤 우리는 뉴욕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저 일꾼 공동체에서 벗어나 시골을 즐겨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보통 때처럼 에밀리와 나는 결국 일꾼 공동체에 대하여 생각했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공동체 체험은 너무나 강렬하여 정신적으로 도망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3층에서 살고 있고 오후에 부엌에서 일하는 에밀리는 내가 듣지 못한 얘기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 웃었고 또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는 공동체에서 지낸 시간에 대하여 어떤 관점을 얻고자 노력 중이다. 마침내 공동체가 나를 받아들인 것 같다. 공동체 집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은, 거리의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당신이 일을 확실히 붙잡고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한동안 당신을 시험한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당신은 모든 일을 실수하지 않고 잘 해 나간다.

공동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어려웠다. 이곳에 오는 모든 새로운 사람들처럼 나는 공동체를 변화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공동체의 실제가 당신을 압도하고 나면 곧 변화시키려는 의지 대신 인내가 자리 잡는다. 당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이곳에서 사는 당신에게 구명조끼가 된다. 또 나는 몇 명의 자원 봉사자들과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아마 난 그들의 우정을 얻게 된 것 같다. 돌아가면 난 내 방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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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 하우스의 난방이 또 꺼졌다. 다행스럽게도 난 옷방에서 따스한 내의를 찾았다. 나는 이층에서 침대 하나와 설합장도 찾아냈다. 방의 단장을 끝내고 시내 미술관에 가서 값싼 모조품 몇 개를 구입하였다. 4달러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사서 내 방 벽에 걸었다.

겨울은 이 동부 빈민가에 많은 화재를 일으킨다. 낡은 전기 장치와 형편없는 가스관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밖에 없는 아파트 빌딩을 괴롭힌다. 이른 아침에 나는 소방차의 사이렌과 경적 소리를 듣는다. 어떤 때 진화 작업이 끝나면 소방수들이 도끼로 유리창을 때려부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방은 아주 조용한 편이다. 내일은 책상을 찾아봐야겠다.

스프는 공동체에 항상 있다. 매일 아침 두 개의 가득찬 스프 솥이 준비되는데, 하나는 바깥 사람들의 아침이고 다른 한 솥은 공동체 식구들의 점심용이다.

지난 일곱달 동안 나는 거의 매일 점심으로 스프를 먹고 있다. 스프는 완전히 집에서 다 만든다. 싱싱한 채소와 콩이 잘려져 이른 아침부터 끓여진다. 현재는 세명이 스프를 만들고 있는데, 각자가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운이 좋은 날이면 하루 묵은 빵을 메이스 국제빵집에서 받게 되는데, 러시아의 흑빵과 맛이 좋은 불란서 빵들이다. 스프가 맛이 있고 빵이 있으면 점심은 정말 최고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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