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ol Lives Matter, "세월호 희생자의 목숨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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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l Lives Matter, "세월호 희생자의 목숨도 소중하다"
  • 윤영석 신부
  • 승인 2016.07.1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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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칼럼] 

지난 6월 미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주 7월 5일과 6일, 앨턴 스털링과 필란도 카스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틀 뒤 댈러스에선 스털링과 카스틸 두 흑인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저격수에 의해 경찰 5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피가 피를 부르는 현장'이 돼 버렸다. 

댈러스의 경찰 총격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아침, 한 흑인 동료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주제는 당연히 스털링과 카스틸의 죽음, 댈러스 총격 사건으로 이어졌다. 동료는 아침 일찍 다 큰 아들이 울며 전화했다고 말했다.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울더라. 자기도 죽을까봐 밖에 나가기가 무섭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마 내 동료의 아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이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흑인들이 느끼는 감정일 게다. 행여나 죽지는 않을까 하며 집을 나서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이 검붉은 몸 아래 내 몸을 숨긴다

우리는 이들의 고통을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문득 2007년 4월 16일 일어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조승희가 생각났다. 그 당시 한인 사회 내에서는 지금 흑인들이 겪는 불안과 공포가 일어났다. 언론은 조승희가 한국계 이민자라는 사실을 거듭 언급했다. 그래서 한인 공동체 내에서는 몸조심하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조승희의 사진으로 도배된 세상에서 내 피부색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위협이 됐다. 내 몸으로 두려움과 불안감 없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게 특권이란 걸 처음 경험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승희 편 캡처화면

흑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눈살을 찌푸린다. 흑인들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며 딴지를 건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요지는 경찰의 과잉 진압과 차별로 죽어간 흑인들이 처한 상황에 그 초점을 맞춘 것이지, 흑인들의 삶"만”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올랜도 총격 사건부터 댈러스 경찰 총격 사건은 미국의 총기 문제를 비롯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그리고 인종에 대한(특별히 흑인에 향한) 차별이 엉켜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타자에 대한 혐오는 폭력과 살해를 정당화시킨다. 이미 총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몸은 또다시 ‘죽일, 죽어야 할 이유’로 몇 번이고 총알받이가 된다. 결국, 억울한 건 살해된 몸이고 그 몸과 부대끼며 산 몸이다. 그리고 난 오늘도 밖을 나설 때 이 검붉은 몸 아래 내 몸을 숨긴다. 

성체와 성혈은 억울하게 죽어 간 몸을 비추는 거울

그들의 무게가 이제야 느껴지는 걸까. 제대 위의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가 최근 한 달간 일어난 총격 사건의 몸과 피에 겹친다. 성체와 성혈은 억울하게 죽어 간 몸을 비추는 거울이다. 성반의 흰 면병은 희생자들의 피부처럼 검어지고 성작의 포도주는 총에 맞아 피로 물든 그들의 옷처럼 더 붉게 짙어진다. 

루가 복음서의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10:25-37)에서 하느님의 은총은 사마리아인에게 온다. 강도 맞아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반쯤 죽은 상태가 된 몸을 볼 수 있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은총이다. 이 은총 가운데 그리스도의 몸은 강도 맞은 사람의 몸에서 드러난다.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일 뿐 아니라 예수의 이웃이다. 강도 맞은 사람의 몸이 우리 앞에 즐비하다. 제대 앞에 무릎 꿇은 우리는 성체와 성혈을 통해 살해당한 이들의 몸과 피와 하나 된다. 파스카의 신비는 “그들은 결코 혼자 죽음을 맞이 하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해 나는 그들의 고통에, 부활에 참여한다.”고 고백할 힘을 준다. 

ⓒ한상봉

성체를 받은 이 손에 봉사할 힘을 주시고

한국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른 차별과 혐오를 경험한다. 빨갱이, 종북, 거액 보상금 등등, 이제 그만하라는 악마의 소리는 295명의 사망자와 아직도 실종된 9명의 사람들, 6월 17일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몸에 또다시 상처를 낸다. 성체와 성혈에서 이들의 몸과 피를 볼 수 있는 은총이 우리에게 깊어져 “Sewol Lives Matter”라는 운동이 확산되길 바라는 건 괜한 바람일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4세기 시리아 및 남 인도지방 미사 예문을 불러본다.(대한성공회 <성가 2015> 608장)

성체를 받은 이 손에 봉사할 힘을 주시고,
복음을 들은 내 귀에 세상 소란 없애소서.
성호를 부른 입술에 거짓이 없게 하시며,
구주의 사랑 뵌 눈에 새 희망을 보이소서.
거룩한 성전 거닌 발, 방황치 말게 하시며,
성찬에 모인 무리를 참 삶으로 이끄소서.


윤영석(바울로) 신부
미국성공회 뉴왁교구 소속 & NewYork-Presbyterian Hospital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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