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의 기도
-닐숨 박춘식
할미꽃이
붉디붉은 자홍색 기도를 바치는데
옹알거리는 그 기도를 조용히 듣습니다
며칠 지나, 봄을 일깨우는 바람 탓인지
고개 꾹 숙인 꽃잎을 살포시 만지면서 놀랍니다
어 어, 어쩌면
할마시* 목덜미보다 더 보드랍다니 -
찾아오는 벌들이 꽃가루를 모으며
피부 관리로 보답한 것일까요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4월 12일)
* ‘할마시’는 ‘할머니’의 방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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