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앞에서 희망을
상태바
박해앞에서 희망을
  •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
  • 승인 2021.04.03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마라 대주교와의 대화-11

하느님의 사랑받는 종, 요한 바오로 2세는 브라질을 방문했을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타협하는 교회보다 박해받는 교회가 되기를 수 천배 더 원합니다.”

아농씨아데는 브라질 북동쪽에 사는 한 가난한 여성입니다. 그는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는 신앙을 몸으로 살고 있고 하느님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는 빈민가에 살고 있습니다. 이 빈민가는 발전의 실재가 아니라 허세를 드러내며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도시로 모여드는 가난한 이들의 물결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들은 농촌에서 오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그들은 비인간적은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지주들은 가난한 이들이 그들의 땅에 오두막을 짓도록 허락하고 최소한의 식량을 마련할 경작지를 줍니다. 그렇지만 그 댓가로 가난한 이들은 지주의 농토에서 일해야 합니다.

오늘날 다양한 상황의 전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주들은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소수의 기술자들만이 다루는 강력한 농기계들을 도입하였습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일거리를 잃게 되지만 그들이 몸붙여 살고 있는 땅을 이제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주들은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 그리고 지주들은 가난한 이들이 살던 땅에 가축을 키웁니다.

◐ 또 막강한 다국적 기업과 본국의 소수 재벌들이 함께 어울립니다. 그들은 굶주리고 있는 세계를 위하여 농업이 현대화되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입니다 !

◐ 식량은 이제 군대나 석유처럼 전략 무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력한 농기구는 열명 아니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해치웁니다. 물론 식량의 증산은 자국의 농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 정부는 현대의 파라오들에게 이익이 되는 거대한 건설 사업을 벌립니다. 끝내주는 초 현대식 도로, 자동차를 가진 이들이 14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도로, 세계에서 가장 화력이 센 발전소, 금, 철, 우라니움 같은 원자재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복잡한 처리과정등...

가난한 가족들이 살던 땅에서 밀려나면 도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도시에서 일을 찾을 수 있고 또 돈도 두둑히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또 애들 학교, 병원, 그리고 주택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그들의 꿈을 헛되이 이루어 볼려다가 결국은 빈민가의 숲지대나 산꼭대기, 혹은 길이나 공원을 만들려고 계획하는 공지에 판잣집을 짓게 됩니다.

어떤때는 아직 개발이 안된 지역에 집을 짓기도 하지만, 그것도 언제 쫓겨날지 모릅니다. 어느날 소위 땅주인이나 지방정부 관리가 경찰과 함께 나타납니다. 그러면 거주자들은 곧 쫒겨납니다.

아농씨아데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그가 살고 있는 판자집이 철거 위협을 받았을 때 그는 이웃사람을 하나하나 만나고 그들이 함께 뭉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화롭게, 무기를 들지않고, 증오나 폭력없이 창조된 피조물로서의 기본 권리, 즉 “살 장소에 대한 기본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 이웃사람의 집에 모두 모였을 때에 아농씨아데는 경찰차가 집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후에 아농씨아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경찰한테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울 거예요. 부자들은 그들을 보호해줄 법률가와 돈을 갖고 있지만 가난한 이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경찰차에 던져졌지요. 차에서 나는 얼마나 부끄럽게 치를 떨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지껄였지요. ‘오, 하느님 ! 내가 이렇게 약하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배반할 것 같습니다. 나는 유다나 베드로 성인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그리스도여 나를 도와주세요 ! 제 체면 때문이 아닙니다. 아마 그것도 약간은 있겠지요. 그러나 사실은 내 이웃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농씨아데는 계속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우리의 형제 자매를 만납시다’라는 모임에서 들었던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 모임은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해방되는 체험의 순간들이었지요. 그리스도는 말씀하셨습니다. ‘재판관앞에 끌려갈 적에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걱정말아라. 주님의 성령이 너를 대신하여 말씀하실 것이다.”

경찰차를 타고 가면서 아농씨아데는 이 말씀을 내내 생각했고,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에 치떨며 되풀이 중얼거렸습니다. “주님 !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그를 죽이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수 있는 심문자앞에서 그는 힘차고도 아름다운 대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와서 그는 후에 그 말들을 되풀이 할 수 없었지요.

다시한번,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성령은 아농씨아데를 통하여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출처] <까마라 할아버지와의 대화: 고통 한 가운데에서 희망을>, 참사람되어 1993년 3월호

 

돔 헬더 카마라(Dom Helder Camara)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는 말로 유명한 브라질교회의 대주교.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산실인 브라질 레시페 신학교 교장이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