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냥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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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냥 오지 않는다
  • 장진희
  • 승인 2021.03.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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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장진희 

 

비는 그냥 오지 않는다
늙어가는 친구의 무릎을 거쳐
농기계에 치받치었던 농사꾼의 팔다리를 쑤시고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학교종에 쏟아져나온 아이들의 수돗가
웅성웅성 젖어 불은 소리
연탄가스처럼 낮고 무겁게 교실마다 퍼지고
기차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
남쪽 끝 항구도시 가득
먹장구름보다 짙게 깔리어
아이들의 닫힌 가슴에 덜컥 갇히고서야

하늘이 내 가슴을 누르네
작은새들 놀라 낮게 바삐 날고
꽃 피어 붉은
짙은 잎사귀 무거운 동백조차
통째로 흔들리는 판에
마른 풀대
거미줄처럼 걸쳐 있는 지난 가을의 넝쿨
모조리 흔들고서야
욕심 많은 절마당의 풍경소리 요란하게 울려퍼지고서야

마른 흙길
먼지 한 방울 훅 올라오다
기어이
후둑 후둑
후두둑

가슴에 먼지 풀풀 날리고 있었음을
이마 한가운데 빗방울 하나 툭
불현듯 놀라
멈추어
흙길처럼 내어놓는다
젖으라
흠씬 젖으라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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