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 뚜벅이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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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 뚜벅이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1.02.0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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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오늘생각 2021.2.7
이하 사진=한상봉
이하 사진=한상봉

1. 오랫만에 광화문에 나가보았습니다. 저 같은 세대들은 간혹 광화문 광장에 서면 자유의 바람이 분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1987년 광화문에서 종로와 을지로에서 맡았던 최루탄 냄새가 그립다고 말한다면 과한 언설이겠죠. 허나, 해방을 향한 갈망은 핍박 가운데 더 귀하기 마련이어서, 최루탄 냄새와 장미 한 송이는 동전 앞뒷면 같습니다.

2. 40일 넘게 단식하고 2021년 벽두를 고행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눈에 보이게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김진숙 님은 여전히 복직이 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마다 예전처럼 경찰들이 가로막고, 뚜벅이들의 뜨거운 목마름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숯덩이 하나씩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게 하고, 차분히 다음 걸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오늘입니다.

3. 문정현 신부님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리로 나오라"고 했지요. 나와서, 이들을 끌어안아주라고 호소하였죠. 그러면 우리도 그이를 예전처럼 끌어안아 주리라는 뜻이겠죠. 대통령이 길바닥 동지였던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그 모두 옛일이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신 듯 합니다. 청와대 입구에서 열린 집회가 끝나고 만난 문규현 신부님은 예나지금이나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로, 단단한 눈빛으로 따뜻한 어조로 제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4.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미얀마 군사쿠데타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사진 한컷을 찍으며 주먹을 쥐고 화이팅하자, 그분들이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하는 그들 앞에서 각국 정상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엉거주춤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그들을 위해 108배를 드릴 생각입니다.

5. 돌아오는 길에 효자동 시장에 들러, 가래떡 다섯갈래와 콜롬비아 커피콩을 샀습니다. 내 집의 호젓한 일상을 위해 투자하면서, 세상에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만 송경동 시인이 몸이 좀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심합니다. 기륭전자 지회장 할 때 보았던 김소연 씨도 오랫만에 보니 좋네요.

 

6. 모두 건강하시기를. 모두 독수리 날개에 올라탄 의인처럼 단단하기를. 모두 하느님 안에서 평안하기를. 길 위에서 더 힘차게 다시 만나게 되기를.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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