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식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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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식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 서영남
  • 승인 2021.01.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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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예수님은 모든 가난한 사람, 힘없고 못난 사람을 반석으로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베드로 위에 세워진 교회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이 아니라 철부지들, 나약하고 무지한  이들, 죄인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을 위하여 가난하고 나약하게 되는 것이 교회의 기초입니다. 교회는 가난하고 나약하고 고단한 이를 섬기며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분처럼 가난한 이를 위하여 피를 흘려야 합니다. 이는 그들을 섬기는 일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190-191쪽. 바오로딸. 이제민).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일은 아주 가난하게 이루어집니다. 큰 돈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실 십시일반이면 됩니다. 너무도 쉽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몇 년전부터 민들레국수집에 단골손님으로 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십대 후반의 손님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젓가락질을 못합니다. 부모님에게 배우질 못했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너무도 힘이 들어서 인천으로 이사 왔다고 합니다. 동인천역 근처 고시원에 방 얻어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서 한 달에 25만원이나 하는 고시원 월세는 낼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지카드를 보여줍니다. 이름은 복00입니다. 1966년생이고요. 정신장애 3급입니다.

복00씨가 어느 날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합니다. 얼마가 필요한지 물었더니 만 원이라고 합니다. 20일 수급 나오는 날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빌려주다보니까 어느 때는 오만 원을 빌려주는 때도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 받는 것 외에는 수입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달에는 오만 원은 받지 않고 탕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더는 돈을 빌리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작년 2월부터 도시락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받으러 와서는 그냥 무료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변을 청소합니다. 작은 나눔에도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합니다.

어느 날 민들레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서 힘들게 너무도 힘들게 살았다고 했습니다. 혼자 고시원에서 지내는 것이 외롭다고 합니다.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민들레 식구가 되기로 했습니다. 너무너무 좋다고 합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방을 얻었습니다. 그 집에는 민들레 식구 한 명이 살고 있기에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고시원에 방세를 내는 날이 수급비가 나오는 1월 20일입니다. 선불이기에 그날 이사하면 됩니다. 이삿짐이라고는 라면 두 상자와 커피믹스 한 통 그리고 소소한 살림살이입니다. 라면 두 상자와 커피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 놓았습니다.

이삿짐이라고 가져 온 물건은 속옷 두 개만 빼고는 버리고 새로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이불과 텔레비전을 준비했습니다. 간이 옷장도 장만했습니다. 밥상도 마련했습니다. 밥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해서 할 줄 모른답니다. 그래서 민들레 식구들이 저녁 도시락을 싸 주기로 했습니다.

새집에 짐을 옮긴 후에 돌아온 복00씨는 방이 정말 크고 깨끗하고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방에서는 지낸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자기를 떠나라고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제부터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것은 저축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IH공사를 통해 전세집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 식구들도 복00씨가 순수하게 웃음이 많아서 참 좋다고 합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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