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트럼프를 지지하다니, 종말론과 큐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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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가 트럼프를 지지하다니, 종말론과 큐어논
  • 최태선
  • 승인 2021.01.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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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태극기부대들이 태극기와 함께 미국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은 아이러니였습니다. 그분들이 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것인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국기인 다윗의 별이나 심지어 일장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정체성이 의심되었지만 그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 의사당 난입 때 보니 그곳에 태극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민경욱님이 참석하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 태극기 부대가 참여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미국 대선 때 트럼프가 진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만났던 친구가 큰 일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내기를 했는데 자기는 트럼프가 당선되는 쪽에 걸어서 커피를 사게 되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트럼프처럼 백인우월주의자이며 폭력을 신봉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트럼프가 떨어지면 중국이 세계를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막 나가는 미국을 위해서도 중국의 부상은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친구는 말을 흐리면서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충분한 정보와 판단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는 강남의 대형교회를 나가면서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생각이 친구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대형교회 안에 친구와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대세라는 것을 친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교회가 부를 신봉하는 곳으로 변질되었다고 해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트럼프가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총기 소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백인우월주의를 감추지 않고 난민이나 소수자들을 무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그를 지지할 수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대형교회를 다니는 나이 든 세대가 그렇게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지를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그런데 어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실마리는 ‘큐어논’이었습니다. 인터콥의 대표가 설교하는 내용이 음모론이었고 그 음모론의 실체가 큐어논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큐어논은 "미국 민주당과 연결된 비밀집단 '딥 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한다"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G 기지국을 타고 이동한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신봉합니다. 보이지 않는 다른 정부(딥 스테이트)가 있어서 민주당 정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딥 스테이트는 보이지 않는 악의 세력입니다. 더 정확히는 사탄의 정부입니다. 미국 민주당 정부는 사탄의 지배를 받는 정부라는 주장입니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인데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칠천만 명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매우 영적인 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정부도 권력의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비약이나 단순한 추측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성서의 견해에 따르면 모든 권력은 타락한 권세인 사탄의 지배하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그 어떤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큐어논의 주장은 이런 의미가 아니라 자신들의 사고를 대변하는 공화당의 적인 민주당만 그렇다는 주장입니다.

생각해 보면 전광훈이나 인터콥의 주장이 이런 사고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따르면 현 정부가 주사파정부라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지령을 따르는 괴뢰정부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그런 사고가 어디에서 나왔나 했더니 바로 큐어논의 딥 스테이트에서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G 기지국을 타고 이동한다는 주장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러스가 전파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사고가 어떻게 가능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이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토록 많습니다. 그러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큐어논식의 사고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런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로 음모론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신에 베리칩을 넣어 백신을 만든 사람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파를 타고 바이러스가 이동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백신에 베리칩을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뛰어난 상상력입니다. 그런데 인터콥 대표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신을 맞으면 디엔에이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으면 그들의(?) 노예가 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퀴어논과 인터콥의 주장이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미의사당을 점거한 사람들은 큐어논들이었습니다. 괴기한 복장을 입고 선봉에 서서 성조기를 들고 참여한 사람이 리처드 바넷, 총기 옹호단체 설립자입니다. 아칸소 출신으로 백인 우월주의자입니다. 그는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밖에도 신나치주의자이자 백인우월주의자로 온라인에서 유명한 극우 인사,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일했던 인물 등이 의사당을 점거한 폭도들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거기에 참여했던 큐어논들을 검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미국의 질서(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폭도들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역시 한국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허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검거하고 그들이 신봉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시켜야 하는 시점에 한국 사법부는 전광훈을 풀어주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콥 대표는 빌 게이츠를 언급하며 빌 게이츠와 같은 엘리트 일부가 인류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면서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오늘 한국의 대형교회 안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입니다.(다음에 친구를 만나면 백신을 맞을 거냐고 물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견인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종말론입니다. 이들의 종말론의 해석에 따라 그들의 그런 행위가 신실한 신앙으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종말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그것은 구약에서 이어져 온 전통이기도 합니다. 요한묵시록을 보면 알파와 오메가라는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됩니다. 역사의 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역사의 끝이 종말입니다. 예수님뿐만 아니라 성서는 일관되게 종말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종말을 말씀하신 것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종말론적인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실한 종으로서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종말의 때는 하느님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이 중요합니다. 종말의 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종말이 아니라면 그런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모든 삶을 종말의 삶으로 여길 수 있어야 복음이 요구하는 급진적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살든 종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종말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말의 때를 아는 것처럼 말합니까. 그것은 자신이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병자 내지는 신성모독인 자들의 말을 신봉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것입니다. 선교를 기치로 내세우는 인터콥은 선교가 종말론적 삶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영향력을 증대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그런 이기심이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허물고 있는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종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종말의 때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복음이 요구하는 것을 살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종말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하느님 나라는 자발적 동의와 비폭력적인 평화의 방식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종말론적인 삶의 핵심이며 그리스도께서 종말을 강조하신 이유라는 사실을 그리스도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큐어논을 보고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은혜가 한국교회에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사족을 하나 달겠습니다.

베리칩과 짐승의 표

큐어논은 백신에 베리칩을 집어넣어 백신을 맞으면 베리칩을 집어넣은 사람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인터콥 대표는 백신을 맞으면 디엔에이를 변화시켜 노예가 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이들의 주장은 베리칩이나 디엔에이가 짐승의 표라는 것입니다. 성서를 보겠습니다.

“또 작은 자나 큰 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자유인이나 종이나 할 것 없이, 다 그들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였습니다.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사람, 곧 그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을 나타내는 숫자로 표가 찍힌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팔거나 사거나 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여기에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각이 있는 사람은 그 짐승을 상징하는 숫자를 세어 보십시오. 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육십육입니다.”

성서는 짐승의 표 666을 오른 손이나 이마에 받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른 손이나 이마는 유대인들이 경문 곽(Tefillin)을 달고 다니던 자리입니다. 경문 곽이란 ‘쉐마(신명기 6:4-5)’를 기록한 종이를 담아놓은 곽입니다. 유대인들은 그것을 소매와 이마에 달고 다녔습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일종의 표지였습니다. 물론 쉐마를 늘 기억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가 보아도 볼 수 있는 곳에 달고 다니던 하느님 백성의 표지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스라엘의 경문 곽과 마찬가지로 짐승의 표 역시 누구나 볼 수 있는 오른손과 이마에 새겨집니다. 그러므로 베리칩이나 디엔에이와 같이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표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성서 이해일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라는 하느님의 마음을 저버리고 위선을 길을 걸었습니다. 짐승의 표가 새겨진다는 것은 욕망의 삶을 살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른 성서 이해일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하느님의 백성임을 알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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