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어째서 붉은지 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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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어째서 붉은지 알지야
  • 장진희
  • 승인 2020.11.04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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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단풍이 어째서 붉은지 알지야

-장진희

 

악아!
단풍이 어째서 저라고도 붉은지 알지야?
단풍뿐이더냐?
애기 손 같은 생강나무 노란 이파리
불너울처럼 타오르는 붉나무 이파리...
앞산에 참나무는 순하게 먹은 사람들이 눈 똥 색깔로 물들고
동구에 키큰 할아버지 느티나무는 뒷밭에 따순 흙 그 빛깔로 물들었다

올봄에 말이다
녹음방초 우거지는 시절에 때아닌 오돌오돌 추위가 찾아왔는디
와따메!
나무들 푸른 이파리가 징허게 냉차드라
삭신에 얼병이 들랑가 마음에 얼병이 들랑가
여름 나무가 그라고 무섭게 추운지 그때 처음 알았어야
그랑께 우리가 여름에 안 떠죽고 사는갑다 싶었다

인자 겨울 앞두고 저 나무들이 우리 시상에 불을 때주고 있는구나
지 몸 불살라서 우리 마음 뎁혀주고 있는구나

악아!
노상 겨울을 맞는 울 악아!
저 나무들이 얼매나 따숩냐
저라고도 우리를 사랑 안 하냐
걱정할 것 암껏도 없다

저 나무들은 인자 떨굴 것 다 떨구고 놓을 것 다 놓고 뿌리로만 산단다
땅속에서 하늘을 그린단다

괜찮허다, 악아!
아무리 매서워도 아무도 떨구어도그럴수록 우리는 뿌리가 된단다
어짜든지 하늘이 된단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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