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교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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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교회 풍경
  • 조기동
  • 승인 2020.10.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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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동 칼럼

경기도 군포시 대야미동에 자리잡고 있는 수원교구 대야미 본당. 이번 주 주일 교중미사는 11시에 대야미 2구역이 미사 드리는 시간이다. 다른 구역은 토요일 저녁과 주일 저녁에 미사를 드린다. 번갈아가며 미사 시간이 바뀐다. 성당 문진 및 방역 봉사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반갑게 교우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사에 참례하는 교우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먼저 체온계로 열을 체크하여 이상이 없는지 살피고 이름과 세례명, 연락처, 체온을 적고 손 소독제를 뿌린다. 성당으로 진입하는 계단에는 테이프로 거리두기 간격을 표시하였다. 성당과 사무실, 화장실을 제외한 다목적실, 교리실, 엘리베이터는 봉인되었고 사용하지 않는다. 성수와 성가책도 사용하지 않는다. 2층 성전에도 9명 정도가 나란히 앉던 좌석에 좌우, 중간에 뛰엄뛰엄 세 사람만 앉도록 하고 앞뒤로 한 칸씩 거리두기를 하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마스크가 없는 사람은 문진 봉사자들이 마스크를 나눠준다.

성가 없이 교우들이 입당송을 외는 가운데 본당 주임사제가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여 미사를 주례한다. 영성체: 제대 밑 성체를 모신 사제 앞에 교우가 서면 성체를 눈앞에 들어 보이며 “그리스도의 몸” 하면 교우 각자가 “아멘”하는 것이 천주교의 기존 영성체하는 방법이다. 이를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사제가 제대 위에서 한 번 “그리스도의 몸” 하면 모든 교우가 “아멘” 한다. 실제 영성체 할 때는 사제도 영성체하는 교우도 아무 말 없이 한다. 성체를 영할 때만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가 다시 쓴다. 평화 예식: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하면 서로 악수나 가벼운 포옹을 하면서 “ 평화를 빕니다.” 했는데 이제 악수나 포옹은 없다. 마침예식 후 성가 없이 사제가 퇴장한 후 삼종기도를 하고 마무리한다. 오른쪽 좌석부터 한 그룹씩 차례대로 퇴장한다. 방역요원들이 소독제 통을 매고 방역을 시작한다.

이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다목적실에서 판매하는 국수를 한 달에 두 번 사서 먹을 수 있었는데 중단되었다. 서둘러 귀가한다. 주일미사 참석율이 30%를 넘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15% 정도이다. 반토막이다. 화, 수, 목, 금 평일에도 미사가 있는데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문진과 방역을 맡고 있다. 헌금은 별로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교우들이 조금씩 더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헌금도 많이 한다. 내가 아는 자매님은 감사헌금을 100만원 했다. 남편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을 거의 안하는 자매님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코로나19 처음 한 달 동안은 본당, 구역, 반에서 연락이 없었다. 교구에서 신속하게 미사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은 잘 한 일이다. 하지만 본당이나 구역반에서 조금 더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원교구에서는 <본당수첩>이란 앱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야미 본당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교우 수가 적고, 노년층이 많고, 무엇보다 매월 발생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주 회합이 5개월간 중단되었다. 주 회합이 있었던 매주 화요일은 저녁에 까떼나 낭독 등 주 회합 기도를 하고 활동을 단장에게 보고한다. 참여하지 않은 단원이 생겼다. 단원 중 한 사람의 장인이 선종하였으나 단체조문이나 연도는 못 하고 조의금만 모아서 나중에 전달하였다. 그 형제가 원해서 오랫만에 벽이 없는 야외 식당에서 단원들의 식사를 추진하였으나 참석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10명중 8명이 참석하였다. 매주 화요일 레지오 마리애 단원인 아내와 나는 묵주기도 포함 주 회합기도를 계와 응으로 소리내어 바친다. 가정기도이다. 아침에 매일미사 묵상은 가톨릭 기도 까페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와 아는 사람들에게 보낸다.

산책을 나왔다. 누가 성당 앞에서 책을 읽다가 먼저 인사를 한다. 본당 신부님이시다. 노안을 탓하며 신부님께 꾸벅 인사드리고 성모상에 목례한다. 처음으로 주임 사제가 되어 오셨는데 얼마나 당혹스러우셨을까. 그래도 성당에서 반월 호수까지 매일 걸으신다. 건강하시다. 강론도 잘하신다. 더구나 짧기까지 하다. 지난번 연세 많으신 신부님은 미사에 자주 늦으셨는데. 우리 신부님은 교우의 대다수인 50~60대 신자들에게 반갑게 먼저 인사해 주시니 고맙다. 어제는 캔맥주 몇 개를 들고 편의점에서 나오시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 대야미 같은 시골에서는 이런 것이 뉴스가 된다. 신부님, 힘내세요!

대야미 역에서 반월호수로 가는 산책길에서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을 만났다. 마을 버스 운전과 알바 일을 하며 아이 둘의 육아에도 적극 동참한다. 성당에서는 우리 구역 형제 반장이다.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지쳐 보인다. 그래도 세상의 짐, 가정의 짐, 덧붙여 성당의 짐까지 큰 어깨로 잘 지고 가라. 해동아, 밥 한 벅 먹자.

베네딕도. 오늘 텃밭에서 수박, 오이, 옥수수 등을 수확했다. 수박은 신부님 드리고 나머지는 나에게 주었다. 저녁에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딕도네 집에 갔다. 옥수수, 전을 비롯해 음식을 대접받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리 강아지들은 따로 방에 격리시켰다. 나는 겁이 많다. 나오면서 “딕도는 몸이 나보다 좋아서 그런지 집에서 런닝구만 입고 있네” 하고 기어코 한마디 하였다. 흥 노인네! 하는 눈빛을 보았다.

이튿날, 토마스 아퀴나스 세탁 편의점에 왔다. 개신교 장로로 있다가 천주교에 입교했다. 개신교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단다. 가톨릭 신앙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주위사람들 집수리며 도움을 주고, 성당 화장실에 캘리그라피 글씨며 봉사를 스스로 많이 하는 형제님이다. 휴가 잘 다녀왔느냐고 했더니 갈매못성지 부근에서 캠핑을 했다고 한다.

세실리아 자매님. 1년 전부터 병이 생겨 잘 걷지 못하고 배뇨장애가 있다. 그래도 미사가 재개되어 영성체 할 수 있어 마음이 설레었다. 소변이 잦기 때문에 먼저 화장실에 다녀왔다. 영성체 시간.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왼손으로 긴 장의자 가장자리를 잡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신부님 앞에서 장의자를 놓고 영성체 하는데 휘청했다. 창피했다. 성체를 떨어뜨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유스티노 형제님이 부축해 주어서 자리로 돌아왔다. 창피해서 다음에는 미사에 참례하지 않을거야, 했더니 남편이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지 한다. 그래, 창피하더라도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 마음을 다잡는다.

베네딕도, 토마스 아퀴나스와 수리산 땡땡땡에 점심밥을 먹으러 갔다. 장소가 두 곳인데 종업원이 사용하지 않던 식당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이상하다. 연탄불에 구운 불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다. 사람이 많다. 산행을 하고 나온 사람들. 우리도 즐겁게 이야기하며 운전하지 않는 사람은 막걸리도 한 잔 했다. 다음날, 확진자가 수리산 땡땡땡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쓰던 식당 건물을 쓰지 않고 소독을 했구나. 코로나가 코앞에 있구나.

물류센터에서 매일 장시간 고되게 일하는 형제에게 묻는다. 광화문에서 기후위기 피켓 들고 알리는 수녀님들 보고 무슨 생각을 해? “자기들은 기본 의식주가 해결된 거니까 하는 꽃놀이지요. 한 달 두 달 사는 것 걱정하는 우리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그래도 그분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욕심 없이 신앙에 목숨을 건 분들이니까 존경하기는 하지요.”

마리스텔라. 아이 셋을 키우기가 쉽지 않아서 세례를 받은 후 성당에 아주 가끔 나온다. 아이들을 업고 안고 손에 잡고. 왜 사람들이 교회에 오지 않을까, 하는 것보다 이 사람들이 왜 힘들어 할까, 고민하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 사실 마리스텔라가 바라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지켜봐주는 것, 위로일 텐데. 교회가 하느님 말씀만 들으라고 하지 말고 사람 말 좀 들었으면.

코로나 19 때문에 우리 교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성직자들은 교우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것과 교회의 재정을 걱정할 것이다. 교우들은 자신들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지 불안할 것이다. 집에서 혼자서 영상 미사를 보거나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습관(수련)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렵다. 공자께서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배운 것을) 익힌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하셨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오늘 외워야 할 성경구절 한두 개를 누군가에게 보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복하여 성경구절을 소처럼 되새김하며 지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묵주기도를 1~5단 형편에 맞게 하고 나가서 열심히 살면 된다. 사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하라고 말이다.

조기동 사도요한
대야미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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