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헌금은 형편껏 정성껏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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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헌금은 형편껏 정성껏 기쁘게
  • 조기동
  • 승인 2020.05.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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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동 칼럼

군포 성당에서 한 할머니가 봉헌금 바구니를 들고 계수하러 가는 형제님을 쫒아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짐작컨대 아들이 일주일을 잘 지내시라고 용돈을 주셨으리라. 그런데 주일, 신부님 강론을 듣고 감동하여 받은 돈 전부를 봉헌하고 말았다.  미사가 끝난 후 정신을 차린 할머니는 자신의 헌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아내는 늘 이야기 하곤 했다. “우리 영선이 초등학교나 제대로 보낼지 모르겠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내 월급으로는 살림살이가 늘 쪼들렸다. 부모님께 드리는 돈은 날짜를 넘기지 않았지만 교무금이 밀리고 있었다. 어느날, 아내는 영선이 교육보험을 해약하여 교무금을 내자고 하였다. “영선이는 예비신학생이니 하느님께서 키워주실 것이에요.” 초등학교도 못 가르칠 것 같은 아들은 졸업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신학생은 되지 못했지만 신학생이 될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신학생의 아버지가 될 지도 모른다.

방안을 정리하다 보니 2002년 십일조 통장이 나왔다. 매월 40만원씩 납부했다. 기억하기로 5,000명 교우 중에서 5등 정도 되리라 짐작한다. 인근 성당 신축을 위해 100만 원의 신축기금. 성소후원회 매월 5천 원 등등...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예비신자 교리교사로서 교리를 가르칠 때 이렇게 구체적으로 솔직히 가르친다.

주일헌금

형편이 좋으면 1차 1,0,000원, 2차 5,000원이면 적당하다. 형편이 중간 정도면 1차 5,000원, 2차 2,000원이면 된다. 형편이 어려우면 1차 1,000원, 2차 1000원(어른이 동전으로 내기는 좀 그러니까)이 적당하다. 지갑을 안 가지고 왔으면 두 손을 엇갈려 가슴에 모으고 속으로 “외상입니다.” 하고 다음주에 두 배로 내면 된다.

교무금

예비신자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교무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조심스럽다. 십일조, 삼십분의 일조를 강조하지 못한다. 현대에 와서는 세금도 있지 않은가.

개신교 신자는 평균 1년에 350만원 건축헌금 50만원을 낸다는 통계가 있다. 평균 33만원 정도이다. 천주교 신자는 개신교 신자의 1/7~1/9이다. 4만원-5만원정도다. 더 적게 내도 강요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은 사제와의 면담을 통해 감면받을 수 있다. 형편껏 정성껏 기쁘게 내면 될 것이다(조금 모순된 것 같기도 하지만)

십일조는 당시 극빈층이었던 과부와 고아와 외국인(이방인)을 돕는 목적,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인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목적, 그리고 성전의 관리와 제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박해에 따른 순교자가 많던 우리 땅에서 사제가 십일조를 이야기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땅을 사서 신자들에게 소작을 준 외국인 신부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어떻게 하는가. 사제가 신자 도움으로 해외에 골프 치러 자주 가고, 술 마시고 미사 시간에 자주 늦으면, 조용히 다음해 교무금을 조금 줄이고 대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단체에 직접 보낸다. 후원 단체에 후원금이 많은 것 같으면 다른 작은 단체에 보낸다. 연동형 헌금제다. 풍선효과다. 장애인복지관 건립에 후원금을 냈다가 검찰 수사관이 나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 나는 스팸으로 생각하고 “관심 없습니다.”고 했는데 후원금 사용에 관한 소송이 있었던 모양이다.

독신으로 사시면서 힘든 본당 활동을 하는 사제에게 골프나 술을 대접해 드리는 신자도 필요하겠으나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양중인 사제를 찾아 뵙고 도움은 드린 적은 있다. 사제 앞에서 비디오를 틀고 국선도 체조 시범도 보였더니 아주 즐거워 하셨다.

노점을 하는 72살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잘 지내요?"
"오늘 비가 많이 온다길래 집에 있다. 세상 허무하게 느껴지는 구나. 돌아보니 기도도 헌금도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못했구나"
"아니예요, 누나. 누나는 신앙생활 잘 하셨어요. 삶으로... 착하게 정의롭게 열심히 사셨잖아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사진=조기동
사진=조기동

가난한 집에 태어나 국민학교는커녕 야학도 다니지 못하고, 보세공장 사장이 프로포즈했으나 격이 다르다고 거절하고, 월남에서 돌아온 술담배 좋아하는 김중사와 결혼해 (몇년 전 돌아가셨다.)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빚도 있고 노점하는 동지들 위해 경찰 앞에 드러눕기도 한 전 노점상 지부장님이시다. 장사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당신의 삶을 존경합니다. 멋진 옷 입고 큰 건물에 들어가서 돈 많이 내고 소리높여 성가를 불러야 신앙입니까? 묵묵히 삶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

헌금을 하는 원칙.... 하느님 입장에서 볼 때 (물론 제가 하느님은 아니지만)

1) 어디가 가장 필요로 하는가. 어디가 가장 아픈 곳인가.
2) 어디가 후원하는 사람이 적은 곳인가.
3) 지속적으로 후원할 것. 그렇게 후원하기에 적당한 금액은 얼마인가.
4) 찾아가서 대면접촉할 수 있는가. 계좌 송금만 가능한가.
5) 어울려 함께 할 것이 있는가. (공부+조직+일)

스물두 해 동안 사업을 했는데 한 번도 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다. 남에게 줄 것부터 챙기는 소심한 나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무역을 하는데 외국에서 발주가 오면 국내 공장에서 제작하여 수출한다. 발주가 오면 이익을 계산해보고 그 중 얼마를 어려운 사람이나 단체에 보내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외국에서 송금이 오면 다른 생각이 들까봐 미리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변덕이 심하니까. 

하느님은 우리가 바치는 것의 일곱 배를 주신다고 한다. 일곱이란 완전한 숫자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 주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걱정과 슬픔과 고통을 봉헌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봉헌하면 그것은 하느님의 것이 되는 것이니 걱정과 슬픔과 고통은 하느님께 맡기고 우리는 나가서 뛰어놀면 된다, 어린아이처럼.

 

조기동 사도요한
대야미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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