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작은 기도방,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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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작은 기도방,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2.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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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고요히 머무는 것을 배우기(6)
사진출처=imaginesisters.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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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란 하느님의 거룩함에 맛을 들인 사람이다. 그의 마음은 사랑의 리듬에 조율되어 있다. 일상생활의 소음과 동요 가운데에서 그 리듬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듣기 위해서는 어떤 장소와 침묵, 그리고 시간이 요구된다.

많은 성인들은 우리들 대부분처럼 마감과 책임감 때문에 소진되어 그런 특정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내적인 성”을 만들었다. 시에나의 가타리나(중세 이태리의 신비가이며, 예언자였던)는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가족을 두고 이런 방법을 썼다. 아버지가 그를 집안에 가두고 하인처럼 부렸을 때, 가타리나는 “마음 속에 작은 기도방”을 짓고, 일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그곳으로 들어가 침묵의 기도를 했다. 바깥에서 보면 바쁜 집안 일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러는 동안 그의 참다운 삶은 자신의 비밀 방에서 피난처를 구한다. 이렇게 하여 일상의 과제와 의무들을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로 변화시켰다고 가타리나는 후에 말하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가장 신비한 이야기들 중의 하나인 열왕기Ⅰ서 19,11-12를 보면, 예언자 엘리야가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며 동굴에 숨어 주님으로부터 말씀을 기다린다. “크고 강한 바람 한줄기가 일어 산을 흔들고, 야훼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이어 지진이 일어났으나, 또한 큰불이 일어났으나, 야훼는 거기에 계시지 않았다. 그러나 불길이 지나간 다음 엘리야는 “한 조용하고 여린 소리”를 듣는다.

하느님의 소리가 지진도, 큰불도, 혹은 강한 바람 속에도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분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고 조용한 소리 속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분별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즉 작은 침묵이 필요한 것이다.

보통 우리는 우리자신을 이 침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세상에 의지한다. 무엇보다도 세상의 소음과 수많은 기분전환의 기회들은 우리 안의 내적인 공간에 있는 공포스러운 침묵을 피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그런 기회들을 붙잡으면서 우리는 값을 치른다: 끝없는 변화, 권태, 불안의 댓가를 지불해야한다. 그것과 대조적으로 성인들의 행복은 어느 정도의 내향성을 제안한다. 그것은 단순하게 말해 내적인 삶을 추구하는 역량이다. 표면에 빠져 살면서 어떻게 내적인 삶을 만들 수 있을까?

기도의 위대한 스승들은 영적인 삶을 대양에 비교했다. 표면의 삶은 바람과 파도가 심하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는 아무리 폭풍이 몰아쳐도 고요한 물이 있을 뿐이다. 행복의 추구는 이 깊은 심연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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