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함께 성령을 통하여...율법을 넘어 그리스도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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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함께 성령을 통하여...율법을 넘어 그리스도에게로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0.01.26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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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길이신 그리스도-4: 성령안의 삶
사진출처=hazeofwinter.tumblr.com
사진출처=hazeofwinter.tumblr.com

그리스도교적 성화는 추상적인 법규를 충실히 지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 거룩한 인간, 예수 그리스도, 말씀이 되신 하느님, 우리를 구원하시고 죄의 암흑에서 이끌어 내주신 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또한 형제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덕성은 율법주의적이 되어서도 안되며 단순한 의무에 대한 충실함으로 대변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감사, 사랑과 찬미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성찬례적”인 도덕으로, 공동의 감사와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우리의 새 생명에 대한 감사를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법전이다.

이 감사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안에 함께 불러모으신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그리스도교적 삶이 실제로 매순간 우리 모두 안에서 활동하시고 열매 맺으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삶이라는 것을 영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덕성은 사랑과 찬미에 중점을 두며, 우리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분께서 전적으로 영광 받으시는 것을 보기 위한 갈망에 그 핵심을 두는 도덕이다.

우리는 우리의 덕행과 선행이 메마른 규칙을 냉정히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은 우리에 대한 거룩한 사랑으로 가득찬 인간적인 성심의 요구에 대한 각자의 사랑의 응답이다. 부활하신 구세주의 성심은 우리의 가장 깊은 존재 안에서 호의와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미소한 욕구가 일어날 때라도 우리와 교감하시며 그것을 통해 그분은 우리와 그분의 거룩한 삶을 나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주님의 인격적인 사랑의 따스하고 섬세한 자극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우리의 시선을 자기 자신에서부터 그분께로 옮겨 갈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더욱 깊고 생생한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마음에 더욱 풍부하고 역동적인 신앙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우리의 그리스도교적 삶을 표현할 길 없는 감사의 온정으로 채우며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탁월하게 인식시켜 주는데, 바로 하느님의 독생성자께서 우리가 당신의 사랑과 일치하기를 바라시며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죄에서 구원받은 것에 감사해야 할 뿐 아니라,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감사 어린 사랑이라는 “성찬례적”인 덕성은 피할 수 없었던 고통에서 건져짐으로써 더욱 성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도는 우리가 율법의 지배를 받을 때는, 성화 된다는 것과 율법의 엄격한 요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밖에 깨닫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이신 구세주의 은총으로 그 율법을 지키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완전함 안에서 그 법이 요구하는 것 그 이상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그것은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 마음 속에서 죄를 죽이시고, 우리 가운데 사랑을 가져 오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율법의 요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법들을 충실히 냉정하게 지키는데 마음을 쓰지 말고, 우리 안에 선한 것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고 “모든 일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성령의 현존과 사랑에 마음을 쏟아야 한다.

그리스도교적 완전함은 모든 면에서 사랑, 감사, 하느님께 대한 신뢰의 길이어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일에서든 우리 자신의 힘이나 의견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하느님의 몸인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지혜와 힘을 주실 그리스도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 마음과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성령께 모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주님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데, 그것은 사랑으로 그분과 일치되어 있는 정도와 그분의 몸이신 교회의 생기 있고 활발한 일원으로 사는 정도 만큼에 비례한다.

우리가 걱정할 일은 믿는 이들의 공동체에 특별히 표출되는 그분의 뜻에 지속적이고 관대하게 충실하는 것뿐이다. 우리 정신은 오직 그분을 신뢰하며 우리가 비록 죽음의 어두운 길을 걷고 있을지라도 그분이 생명이며 진리이시라는 것을 알고 그분이 이끄시는 곳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법을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결코 단죄받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생명을 누리게 하는 성령의 법이 나를 죄와 죽음의 법에서 해방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약하기 때문에 율법이 이룩할 수 없었던 것을 하느님께서 이룩하셨습니다”(로마서 8,1-3).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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