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사람들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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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사람들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1.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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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노동하는 것을 배우기(6)

유대인 심리학자이며,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나치수용소에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예리한 연구결과를 글로 썼다. <인간의 의미추구>에서 그는 자신이 의미요법이라고 명칭한 치료법의 유래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다.

의미는 일, 가치, 결단, 투신에서 발견되지만, 의미가 없다면 인간의 정신은 말라죽는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하여 묻기를 그쳐야 했으며, 대신 매일 순간순간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자신에 대하여 생각했다. 우리의 대답은 반드시 토론이나 묵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처신에 있어야 한다. 삶이란 궁극적으로 문제들에 올바른 대답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리고 각자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과제들을 성취하기 위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의 문제는 수용소라는 극한적인 조건 속에서는 특별한 긴급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결국 삶의 과제와 도전에 대답해야 하는 요구는 항상 우리 모두 앞에 놓여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나오는 지루하고 불행한 저녁손님들, 그들 자신의 대화에 갇히는 죄수처럼 된다. 반대로 도전을 받아들이고 일어서는 사람들은 공포스러운 상황 가운데에서조차 지속되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 12월 2일 이타 포드라는 젊은 메리놀수녀와 다른 북아메리카 교회여성들이 엘살바도르의 보안요원에게 납치, 살해되었다. 9개월 동안 포드는 내란과 정부지원의 테러에 갇힌 피난민들을 위하여 일하는 선교사 팀의 일원이었다. 엘살바도르에서 가난한 이들 편에 서는 것은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말했듯이, 가난한 이들과 똑같은 운명을 지는 것이다, 즉 “사라지고, 고문당하며, 갇히고,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이다. 이타 포드와 동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해 초여름, 포드는 부르클린의 고등학생인 조카 제니퍼에게 열여섯 살 생일을 축하하며 편지를 보냈다:

"지금 엘살바도르의 청년들은 매우 어려운 때를 겪고 있다. 많은 이상주의와 결단이 여기저기에서 탄압을 받는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지 생각할 때, 복잡한 이유들이 얽혀있지만, 분명하고 단순한 가닥들이 보이기도 한다. 하나는 사람들이 살고, 희생하고, 투쟁하며, 죽기 조차 할 수 있는 의미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6년을 살든, 60이나 90년을 살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은 목적을 주고 있다. 많은 의미에서 이곳 사람들은 행운의 사람들이다.

부르클린은 엘살바도르의 삶의 드라마에 끼어 들지 않고 있지만, 어디에 있든, 또 나이가 얼마이든 간에 어떤 진실한 것은 있다. 나는 네가 이곳에 와서 무엇이 너의 삶에 깊은 의미를 주는지, 너에게 활력을 주고 열중하게 하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그 무엇을 찾기 바란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그 누가 삶에 의미를 주는 것, 우리를 열광케 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을 찾고 싶지 않겠는가? 톨스토이에게 행복의 열쇠는 이론적으로는 단순하나, 실천에 있어서는 붙잡기 어렵다. 그것은 일탈, 노동, 그리고 연대이며 이 모두를 사랑의 정신으로 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거룩함의 의미는 꽤 단순하다:

“당신이 해야 할 다음 일을 하는 것, 당신의 온 마음을 다해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기쁨을 발견하는 것.”

성인들은 노동에 대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가? 한편으로 그들은 삶에서 우리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분명하든, 희미하든, 중요한 것은 다만 그 길이 우리자신의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특정한 일이나 과제 속에 숨겨져 있는 거룩함을 찾겠다는 더 겸손한 훈련에 대해 가르쳐 준다.

예수회 사제이며, 신비가이고, 과학자였던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글을 보면, “그분 안에서 가장 살아있고 가장 육화되어 있는 모든 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은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으며 맛보고 있는 이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행동의 매순간, 순간적인 노동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그분이 내 펜의 끝, 내 삽, 내 바늘의 끝에 계시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한 획을, 한 줄을, 한 땀을 열심히 뜨면서 마지막 완성까지 계속한다면, 나의 가장 깊은 의지가 향하는 그 마지막 지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성인들의 행복안내의 이 지점에 노동이 자리잡게 된다. 그러한 정신으로 살고 노동하는 것은 이타 포드처럼 자신들의 길을 발견한 행운의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행운의 사람들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래서 마지막에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 “여기 제가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용기도 발견한 사람들이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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