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잡이는 미국의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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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잡이는 미국의 운명인가?
  • 장기풍
  • 승인 2016.06.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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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미국의 총기참사를 보면서 생각한다

미국의 총기난사 희생자, 전쟁보다 더 심각해

지난 6월 12일 새벽 플로리다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29세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이 총기를 난사해 자신을 포함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했다. 9년 전 버지니아텍에서 한국계 조승희에 의한 총기난사 희생자 32명보다 훨씬 많은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로 기록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마르 마틴의 범행은 IS와 관련이 없는 자생적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오마르 마틴의 동성애 혐오를 범행동기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마틴이 게이클럽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이나 평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동성애 혐오감을 나타낸 것에 비춰보면 범인의 이슬람적 성향도 범행동기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서 14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를 낸 총기사건도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 부부에 의해 저질러졌다. 그러나 이런 사건과 관계없이 미국은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기사건이 발생하는 나라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총기사건의 31%가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미국인구가 전 세계 5%에 불과한 것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그해 미국에서 총기로 죽은 사람은 1만 2253명으로 미군이 해외전쟁에서 죽은 전사자들보다 몇 배나 많은 수치이다. 참고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미군 전사자를 낸 베트남 전쟁의 경우 10년 간 58,209명 1년 평균 5천8백 명 정도이다. 또한 전면전으로 베트남전쟁보다 훨씬 치열했던 한국전쟁의 경우는 3년간 전사자 36,516명으로 1년 평균 1만2천 명 정도다. 이밖에도 아프카니스탄 전쟁 미군 전사자 약 2천 4백 명, 이라크 전쟁의 경우 8년 간 4천8백 명 정도이다.

따라서 미국은 매년 총기사고로 한국전쟁보다 더 치열한 전쟁을 매일 국내에서 치루고 있는 셈이다. 총기구입과 휴대가 자유로운 탓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범행 1주일 전에 여러 자루의 총기를 구입했다고 한다.

전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가 문제

나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싶다. 첫 번째는 총기규제를 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미국 정치권의 문제이다. 미국은 매일 수백 명씩 총기사건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때마다 총기규제 여론이 들끓지만 정치권은 꼼짝도 안한다. 초강력 로비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 때문이다. 이들 회원은 4백만 명 정도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주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공화당 명사들이 가입해 있다. 영화배우 찰튼 헤스턴도 NRA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누구나 총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내세워 총기규제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총기규제는 요원하다.

특히 NRA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는 발 벗고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낙선운동으로 맞선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총기규제 운동에 나서길 꺼려한다. 따라서 아무리 총기사건이 빈발해도 총기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미국 민간보유 총기는 3억 5700만 정으로 미국 인구보다도 4천만 정이나 많다. 총기사건이 빈발할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가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논리로 일반시민들의 보유 총기는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무기산업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두 번 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제적인 전쟁과 분쟁조성의 일환으로 특히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세력의 대립을 강조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 시스템이다.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는 정부의 국방비 지출에 깊이 관여하는 군부나 군수사업체인 민간기업들과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손잡고 국방예산을 좌지우지하여 이익을 챙기는 유착세력을 말한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61년 1월 자신의 퇴임연설에서 작심하고 군산복합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들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위협이다.” 그가 재임 중 얼마나 이들의 압력에 시달렸는지 짐작할만한 대목이다. 이러한 미국의 뿌리 깊은 무기산업의 영향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정책은 대통령보다는 이들 군산복합체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 군수산업들은 결코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 또는 전시상태에 준하는 긴장상태가 끊임없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이를 뒤에서 조정한다.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군수산업은 전쟁이나 준전시 상태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도 해마다 몇 차례 씩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남북한의 통일이나 평화체제 정착은 미국 군수산업체에게는 악몽과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같은 이유로 중동에서도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국지적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군수재벌들은 자신들의 동족간 전쟁인 남북전쟁 때도 무기를 팔았으며, 심지어 히틀러에게도 무기를 팔았다.

동맹국은 무기시장, 적대국은 소비대상국
“전쟁터는 무기 재고처리장이나 판촉장이다”

이렇듯 세계도처에서 전쟁과 긴장을 조성해 온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주도하는 제국주의적 정책은 미국 동맹국들을 양질의 무기시장으로 삼고 반대세력 국가들은 전쟁을 통한 무기의 소비 대상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제 1차, 2차 이라크 중동전쟁에서 보듯이 미국 군수산업들은 전쟁을 첨단무기의 성능실험과 효과적인 판촉장으로 이용했다. 또한 그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소규모 전쟁이나 내전을 재래무기의 재고처리장으로 이용했다. 이러다보니 미국은 세계를 자신의 동맹국가와 우호국가 또는 적대국가와 비우호국가로 양분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치우친 대외정책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다고 느끼는 많은 이슬람국가들은 미국을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악의 제국으로 인식하게 되어 성전(聖戰)이란 명분으로 세계도처에서 반미테러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9월11일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미국의 팬타콘과 세계 무역센타를 공격한 자살공격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 상징인 팬타콘과 신자유 자본주의 상징인 세계 무역센타 공격은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의 목표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은 대외정책을 수정하기보다는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카니스탄과 소말리아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이 기회에 테러리스트와 이들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으로 군수산업체들은 이해 당사국들에게 계속 무기 공급을 확대하는 좋은 기회로 삼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많은 테러공격의 배후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것이 밝혀짐에 따라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 또는 ‘문명의 충돌’로 인식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타협이나 공존을 거부하고 자기들만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믿는 독선적인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유대교 근본주의자 사이의 대결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전쟁의 불씨 가운데 하나, 종교적 근본주의

오랜 역사를 통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열 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이 보여주듯이 항상 대립과 갈등을 빚어 왔다.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지난 1세기 전까지는 양측의 세력균형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으나 세계 2차대전 후부터 그리스도교 세력 국가들이 이슬람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두 종교는 같은 유대교에 뿌리를 둔 가장 많은 신앙을 공유한 종교들이다.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가 공유하는 역사적 뿌리는 각기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는 4천 년 전 아브라함 시대로 올라간다. 즉 아브라함의 본부인 사라가 낳은 이사악은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었고 사라의 몸종으로 씨받이였던 하갈의 몸에서 태어난 이스마엘은 이슬람 민족들의 조상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예수는 족보상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직계자손으로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는 아브라함의 첫 번째 아들이면서 사라의 몸종인 하갈이 출산한 이스마엘이 조상이라고 믿고 있는 아라비아 반도 북부에 퍼져 살던 무다르계 부족 출신이다.

두 종교는 아브라함 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 아담, 그리고 그를 창조한 유일신 하느님까지 소급된다. 또한 무슬림들은 성모마리아의 동정녀 수태, 최후의 날에 있을 부활과 심판,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등에 대한 믿음을 그리스도교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이슬람은 그리스도교 교리인 삼위일체설을 부인하고 예수는 많은 이적의 주인공이지만 예언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하느님은 오직 한 분으로 피조물인 인간을 하느님으로 공경하는 것은 우상숭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리상의 차이가 오랫동안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반목과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것이다. 여기에 주로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이 공화당 등 정치세력의 주류를 점하고 있는 미국은 이슬람과의 전쟁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표현처럼 ‘십자군 전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미국 내 광범위한 인식이 일부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와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사회의 차별주의와 편견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원인으로는 자신들과 다른 인종과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더불어’ 살지 않으려는 일부 미국인들의 정서를 들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 특히 한국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서부개척 시대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과 ‘더불어’ 살려 하기보다는 인종청소 정책을 택했으며 자신들의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사냥(?)해 온 흑인들을 열등인종으로 취급해 노예로 삼았다. 따라서 현재 흑인출신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있지만 뿌리 깊은 인종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심각하다. 이번 올랜도 총기참사 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베리티 침례교회 로저 지메니즈 목사는 사건직후 “오늘 50명의 동성애자가 죽어서 슬픈가? 오히려 이 사회를 위해 잘된 일이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필요가 없다. 그들의 죽음으로 올랜도는 조금 더 안전해졌다.”고 설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 선량한 ‘인간’들이 희생된 것이다.

세상에 애도할 수 없는 죽음이란 없다.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이성애 또는 무성애자 등 다양한 종류의 인간이 존재하지만 이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서로 다를 뿐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만물 가운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서로 다른 다양함이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평화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지금 도날드 트럼프 미 대선 공화당 후보가 연일 막말에 가까운 언사로 히스피닉과 무슬림에 대한 반이민 정책을 외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인종차별과 선민의식을 선동하여 득표로 연결시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국이 변하면 세계도 변한다

현재 세계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15조 달러가 넘어 전 세계 GDP의 약 4분의1을 차지하는 세계 제 1위의 경제력과 세계의 43%를 점유하는 7110억 달러의 국방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 대만, 부탄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미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뉴욕에 UN본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G8과 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이며 미주기구(OAS)를 비롯해 캐나다와 멕시코, 북아메리카 그리고 한국 등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옛날 종주국 영국과는 매우 특별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막강한 국력에 비해 세계 인류사회와 더불어 살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정부개발 원조(ODA)에 총 254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소득(GNI)의 0.18%에 불과하여 22개 원조국 가운데 최하위이다. 오히려 미국 민간차원의 해외원조액이 이보다 후한 편이다. 무척 순진한 발상일지 모르겠으나 만일 미국이 국방예산의 3분의 1만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등 가난한 나라들과 일부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개선에 전용한다면 세계평화는 물론 인류의 가난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로 다른 차원에서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2만개 가까운 핵탄두는 인류를 몇 차례 멸망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1만개에 달하는 미국의 핵탄두와 대륙간 미사일 그리고 이스라엘이 소유한 3백 개가 넘는 핵탄두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탄두와 함께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북한이나 인도 파키스탄의 핵은 장난감에 불과할지 모른다.

모든 인류의 꿈은 평화와 사람답게 사는 행복이다. 이는 모든 종교들의 공통된 목표이자 가르침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국가라고 자부하는 미국과 똑같은 성경(구약)을 공유하는 세계인구의 절반 가까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그리고 유대교 신자들의 꿈이기도 하다. 무척 어려운 꿈이지만 미국이 앞장서고 다른 강대국들과 여타 나라들이 따른다면 이사야 예언자의 말처럼 지구상에 새로운 유토피아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물론 이게 다 순진한 꿈일 수 있다. 그러나 인류가 이러한 이상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디딜 때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의 손에서 무기를 버려야 한다. 우선 미국의 3억 5천만 정이 넘는 민간소유 무기부터 회수하고 차츰 세계적인 군비축소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장기풍 스테파노
뉴욕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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