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며 예언자, 휘트먼
상태바
시인이며 예언자, 휘트먼
  • 한상봉
  • 승인 2016.06.16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동하는 사랑>, 리북, 한상봉 지음-8

미국은 가장 야만적인 개척 정신을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로 발전시킨 짐승들과 20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영혼을 낳은 희한한 나라이다.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풀잎들>이라는 시집을 자기 돈으로 출판하였는데, 평론가들은 휘트먼을 “예술에 대해서는 마치 돼지가 수학을 모르는 것만큼이나 모른다.”고 평했으며, 그에게 “공개 사형 집행인의 채찍을 맞을 만한 사람”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월트 휘트먼

휘트먼은 롱아일랜드의 외진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였다. 휘트먼은 열두 살에 어느 사무소의 사환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인쇄술을 배우고, 교사가 되었으며, 어떤 의미로 보면 설교자도 되었다. 그는 노예 폐지론자이자 금주론자인 괴짜였다. 느린 몸놀림, 센 고집으로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났으며, 흥미를 가지고 인생을 관찰하면서 성공에는 마음 쓰지 않았다.

그는 신문 편집이라는 좋은 일자리를 얻은 적도 있었지만, 노예 제도에 대해서 그 언론사와 생각을 달라서 신문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 후로 휘트먼은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살기 시작했는데, 생계유지를 위해 손노동을 하고 남는 시간에 문학과 인생을 공부했다. 가족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한가롭게 자신의 영혼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가족들은 그를 게으르다고 여겼다.

휘트먼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싶어 했다. 사람들과 더불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기를 바랐다. 그는 거룻배를 타는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고, 버스 운전사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아메리카를 알려고 뉴올리언스까지 천천히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신중하게 독서를 했는데,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작품을 통해서도 배울 것을 찾았다. 이를테면 지루할 따름인 그리스도교의 ‘호교론’을 읽고서 오히려 합리주의자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휘트먼은 교양 있는 소수의 엘리트와 구분된 민중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는 이들 속에서 궁핍한 생활이 주는 지혜와 경륜의 힘을 느꼈다.

그는 시인이자 예언자이며 신비주의자였다. 상하귀천 없이 모든 삶이 거룩한 것이며, 한 분이신 하느님께만 속한 형제자매임을 깨달았다. 인종과 상관없이 만인이 평등한 형제임을 1,900년 동안 예언자들이 밝혀 왔으며 예수가 이를 공언했지만,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이 이 뜻을 욕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시집 <풀잎들>에서 보듯이, 가장 흔하며 가장 작은 것들이 가장 위대한 인간 정신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휘트먼 자신 역시 그 풀잎들 중 하나라고 여겼다. 그는 시집을 낼 때, 고상한 신사들을 야유하듯이 이 시의 위대성을 스스로 격찬하고, 넥타이도 매지 않은 작업복 차림으로 찍은 자기 사진을 실었다. 따라서 평론가들은 휘트먼을 건달로 치부했고, 때로는 경찰을 불러 괴롭히기도 했다.

성(性)에 대한 문제에서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면서 슬쩍슬쩍 훔쳐보곤 하던 앵글로 색슨 족의 치졸하고 보수적인 성적 관행을 무시하였다. 휘트먼은 누구보다도 성을 솔직 담백하게 생활의 일부로 묘사했다. 이 시집이 보내진 컬럼비아의 각 대학에서는 책의 이 부분이 손때가 많이 묻어 너덜너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사’들은 이 책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휘트먼은 금욕적이며 절제력을 갖춘 높은 도덕성을 지녔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자원 간호사가 되어 워싱턴으로 갔다. 그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고통 받고 무시당하는 병사들을 위로하고 친절을 보여주었다. 그의 천재성은 우정을 위한 것이며, 가련한 민중은 그를 사랑했다.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으며, 중풍으로 발을 절룩거리면서도 자신의 삶과 글을 통하여 미국 노동운동 지도자들에게도 영감을 던져 주었다. 그는 “내 외침은 싸움을 부르는 외침이다. 나는 활발한 반항을 기른다.”(휘트먼, <한길에 서서>)고 말했는데, 예수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니체와 톨스토이처럼 비극적 운명을 살았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코디네이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