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유월절 만찬, 혁명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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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유월절 만찬, 혁명의 때
  • 김진호
  • 승인 2019.09.0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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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예수운동의 재건-2

만찬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맞이한 셋째 날 밤, 낮에는 성전에 머물다 해가 지면 성밖으로 나가던 예수일행이 이 날은 밤에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특별히 비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자 둘을 보내서 ‘집’을 확인한 뒤(이 장면은 비밀접선을 연상케 한다), 그곳에서 만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마르코복음〉은 비로소 그 시기를 공개한다. 때는 “무교절 첫날, 즉 해방절 양을 잡는 날”(14,1・12)이다. 즉 유대의 최대 명절이다. 유대인들은 메시아의 도래가 일어날 장소는 예루살렘이라고 믿었고, 그 시기는 ‘대절기 중의 한 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월절은 모든 절기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명절이었다. 다시 말하면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메시아의 도래를 대망하면서 예루살렘으로 모여드는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는 것이다. 이제 예수가 돌연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시점을 왜 이때로 택했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참아왔던 그 시기의 폭로가 바로 이 대목에 나온다는 것이다. 복음서 저자 혹은 전승자는 이야기꾼으로서 분위기가 극을 향해 치닫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기 직전인 14장의 구성을 살펴보자.

(1)유월절과 무교절 이틀 전이었다.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속임수를 써서 예수를 붙잡아 죽일까” 하고 궁리하고 있었다. (2)그런데 그들은 “백성이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되니, 명절에는 하지 말자” 하고 말하였다.

[중략]

(10)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룟 유다가, 대제사장들에게 예수를 넘겨줄 마음을 품고, 그들을 찾아갔다. (11)그들은 유다의 말을 듣고서 기뻐하여, 그에게 은돈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를 넘겨줄 적당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12)무교절 첫째 날에, 곧 유월절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우리가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드시게 준비하려 하는데, 어디에다 하기를 바라십니까?” (13)예수께서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성 안으로 들어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14)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가서, 그 집 주인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내 사랑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여라. (15)그러면 그는 자리를 깔아서 준비한 큰 다락방을 너희에게 보여 줄 것이니, 거기에 우리를 위하여 준비를 하여라.” (16)제자들이 떠나서, 성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였다.

[중략]

(22)그들이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신 다음에,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고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것은 내 몸이다.” (23)또 잔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그들에게 주시니, 그들은 모두 그 잔을 마셨다. (24)그리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 (25)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내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새것을 마실 그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을 것이다.”

(26)그들은 ...... 올리브 산으로 갔다.

[중략]

(32)그들은 겟세마네라고 하는 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기도하는 동안에,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하시고, (33)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다. 예수께서는 매우 놀라며 괴로워하기 시작하셨다. (34)그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머물러서 깨어 있어라.” (35)그리고서 조금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기도하시기를, 될 수만 있으면 이 시간이 자기에게서 비껴가게 해 달라고 하셨다. (36)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 (37)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느냐? (38)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서 기도하여라. 마음은 원하지만, 육신이 약하구나!” (39)예수께서 다시 떠나가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시고, (40)다시 와서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들은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께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41)예수께서 세 번째 와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은 시간을 자고 쉬어라. 그 정도면 넉넉하다. 때가 왔다. 보아라, 인자는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42)일어나서 가자. 보아라,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왔다.”

(43)그런데 예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곧 왔다.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그와 함께 왔다. (44)그런데, 예수를 넘겨줄 자가 그들에게 신호를 짜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아서 단단히 끌고 가시오.” 하고 말해 놓았다. (45)유다가 와서, 예수께로 곧 다가가서 “랍비님!” 하고 말하고서, 입을 맞추었다. (46)그러자 그들은 예수께 손을 대어 잡았다. (47)그런데 곁에 서 있던 이들 가운데서 어느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내리쳐서, 그 귀를 잘라 버렸다. (48)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강도에게 하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49)내가 날마다 성전에 너희와 함께 있으면서 가르치고 있었건만 너희는 잡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 말씀을 이루려는 것이다.” (50)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마르코복음〉 14장은 3단 대구 형식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대구에선 “체포하지 말자”라는 산헤드린의 결의사항이 ‘체포’의 상황으로 역전된다.(A-a) 흔히 이런 역전의 원인을 배신자의 등장으로 본다. 하지만 이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체포하지 말자’는 결의의 이유는 ‘명절에는’ 대중을 자극하지 말자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배신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로 대중의 들뜬 정서가 무마될 리 만무하다. 배신자는 예수일행이 대중으로부터 이탈하여 간 ‘미지의 장소’의 제보자이며, 예수일행 중에서 주모자를 식별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역전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두 번째 대구에선 예수와 제자들의 분할에 관한 것이다.(B-b) 그리고 세 번째는 유월절 식사를 위해 올리브 산에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올리브 산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C-c)

그렇다면 예수가 체포되는 14장의 이야기는 D, 그러니까 22~25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만찬은 성 안 모처에서 있었다. 그날 밤 예수일행은 예루살렘의 행보에서 밤의 장소인 올리브 산에서 이탈하여 낮의 장소인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례적인 행동이다. 뭔가 비상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음이 암시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예수의 분신이었던 제자들이 예수와 이탈한다. 한 제자는 배신하여 적에게 예수일행의 은신처를 제보하고 예수를 지목하였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은 눈물이 피가 되도록 절절한 기도를 하는 예수를 기다리며 졸고 있다. 그리고 대제사장은 낮의 산헤드린 회의에서 체포하지 말자는 결의를 무시하고 밤에 자신의 사병을 긴급 출동시켜 예수를 체포한다. 이 모든 비상함의 중심에 한 식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것을 본문은 유월절 식사라고 명명한다.

비상한 만찬

유월절 식사는 이집트에서 어린아이를 죽이려고 날뛰는 무자비한 ‘살기’(殺氣)가 양의 피가 묻은 히브리들의 집 문지방을 넘어갔다는 사건을 기념하는 식사, 그러니까 ‘구원의 식사’를 뜻한다. 한데 이 신화적 사건을 기념하는 식사의 진짜 의미는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식사다. 그런 점에서 압제자의 관점에서는 반역의 식사고 압제당하는 자의 관점에서는 혁명의 식사다.

그때가 유월절 절기임을 명시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를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말하지 않은 채 느닷없이 예루살렘으로 왔던 예수는 올리브 산 모처에 은거지를 삼았고, 어린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성 안으로 들어 갔고 성전해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기에는 아직 다 드러내지는 않은 은밀함이 함축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은 예수가 메시아의 해방 사건을 도모하고 있음이 시사되어 있다.

그런데 14장에 와서 그때가 유월절 때임을 말한다. 그리고 그 절기의 절정에 달하기 이틀 전, 그날 산헤드린은 예수를 거론하면서도 군중의 소요를 우려하여 체포하지 말 것을 결의한 날, 그날 밤에 비상한 만찬을 나눈다. 그리고 그 만찬 직전 배신한 제자로부터 들은 어떤 첩보를 접한 뒤 긴급 체포를 결행한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그 ‘비상한 식사’다. 피의 식사로 알려진 그것, 도대체 이 식사는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

 

김진호

현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전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소 연구실장, 한백교회 담임목사, 계간 《당대비평》 주간.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서울신문》 《주간경향》 《한겨레21》 등의 객원컬럼리스트. 《예수역사학》 《예수의 독설》 《리부팅 바울―권리 없는 자들의 신학을 위하여》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요한복음》 《권력과 교회》 《시민K, 교회를 나가다》 《반신학의 미소》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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