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사랑: 요한, 씨돌, 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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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사랑: 요한, 씨돌, 용현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19.07.1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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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칼럼

 

정선군 봉화치 마을에 ‘자연인’이 있었다. 어느 방송국 피디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촬영하면서 그이를 만난 후, 매년 휴가 때면 그를 찾아가곤 했다. 피디는 그 집에서 함께 잠을 자며, “장작도 많은데 왜 이리 춥게 지내냐?”고 물었다. 그는 멋쩍게 “방에 아궁이가 두 개인데, 한쪽 아궁이에 뱀이 겨울잠을 자고 있어서, 나머지 한쪽으로만 불을 때다 보니 그렇다.”고 답했다.

그 사람 이야기가 이번에는 ‘SBS 스페셜-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으로 이어졌다. 그는 산에서 지렁이를 발견하면 넙죽 절을 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눈물겨운 사람이다. 그게 사람이든 짐승이든 미물이든 마찬가지다.

6월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을 폭로한 김승훈 신부를 어버이처럼 따르던 용현은 늘 시위의 선두에 서 있었고, 이 때문에 백골단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제주도에서는 장애인을 돕는 자활 마을과 남미 파라과이에서 봉사하고, 동강댐 건설에 반대해 단식했으며, 삼척 핵발전소 건립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시 구조활동에 나섰고, 정연관 상병의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씨돌’이란 이름으로, 자연인으로 살았던 봉화치에선 토종벌 폐사사건의 원인을 파헤쳤다. 일이 터지면 헌신하고, 일이 해결되면 사라졌던 사람이다.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고, 받은 적도 없는 그 사람이 지금 뇌출혈로 쓰러져 ‘정말 가난한 채로’ 요양원을 전전하고 있다.

그를 찾아간 이큰별 피디가 ‘왜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관계되는 일도 아닌데 그런 일을 했는지’ 물었을 때, 이미 반신불수가 된 김용현은 왼손으로 서툴게 답변을 종이에 써내려갔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강남순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연민’(com-passion)이 종교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패션(Passion)은 “열정”이란 뜻과 “고통”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연민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는 열정”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김용현은 ‘연민의 사람’이고, 종교적 인간이다. ‘요한’이란 세례명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눈길을 가진 그는 그 길 끝에서 쓰러져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투병 중에도 웃고 있었다. 예수님처럼 “다 이루었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듯싶다. 그가 건강할 때는 두 손 두 발로 세상을 버티어 주었지만, 지금은 눈빛만으로도 세상을 구원할 듯싶다.

같은 시절 비슷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지만, 나는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한 번 만나면 영원히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이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 그러했듯이...

 

*이 글은 천주교 수원교구 주보 7월 1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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