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 글을 이층에서 쓰고 있다. 아침식사가 끝났고 잠시 쉬는 중이다. 이곳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도착한 후로 내가 공동체에 기여한 것은 접시닦는 일이었다. 오늘 나는 접시닦는 일에서 식탁에 스프를 나르는 일로 옮겼다.
기본적으로 나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잘 해볼려고 노력한다. 아침의 혼란스러움은 정말 당혹스럽다. 만일 내가 잘 눈에 띄는 위치에서 일을 해야 했다면, 예를 들어 사람들을 자리로 안내한다든가, 폭력을 쓰면 떠나달라고 한다든가, 두번씩이나 공동체집에서 사람들을 칼로 포크로 찌른 죠디를 제재하는 일을 해야 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무섭다.
내 앞에는 최근에 만난 두 명의 수녀들이 앉아있다. 두 사람 다 공동체에는 새로운 인물들이다. 낸시는 성심회 수녀로서 82번가에 살며 일주일에 세 번씩 도우러 온다. 앤은 세인트 루이스의 성요셉 수도원의 수녀인데 이곳에서 일 년동안 살 예정이다. 우리 셋은 한달 사이에 왔으므로 같은 당황스러움을 나누고 있다. 우린 친구가 될 것 같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집이나 일이 없어서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꾼공동체 내부생활에 폭발적인 요소를 첨가시키며 공동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나는 이 거주하고 있는 일꾼들의 그런 성향을 체험하게 되었는데, 루이스가 쇠로 된 쓰레기통을 마이클의 사무실 문에 집어 던졌던 것이다!! (어제는 뒷문의 유리창을 깼다). 사람들은 그를 진정시키려고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 나도 그중에 하나지만 그를 피하려고 한다.
루이스는 실업자로 왔고, 혼자이며 이곳에서 집을 발견하였다. 그는 공동체 집의 정규적인 일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거주일꾼들은 루이스처럼 50대이며, 일이 없고, 혼자이며 신체적인 장애가 있고 때로는 정신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 아무것도 더 이상 가진 것이 없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리가 두려워 이 거주일꾼들은 공동체 안에서 중심적인 사람들로 행세한다.
예를 들면 루이스가 집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심사한다. 레이는 1층에서 누가 식사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술주정뱅이요 미친 녀석이라면 이곳에서 하루밤 지내고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거부된다. 이런 경우 마이클과 진같은 영구 일꾼들은 공동체가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반-영구 일꾼들은 중간위치에 갇히게 되고 무엇이 옳은지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따라서 거주일꾼들의 분노에 무방비상태가 된다.
이런 긴장이 형성되는 데에는 몇가지 요인들이 분명히 있다. 첫 번째는 사회에서 거주일꾼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자기들식대로 일을 처리하려는 잘난척하는 중간계층에 대한 분노에서 이런 긴장이 생겨난다. 나도 이런 긴장을 이해하지만 이곳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소수의 강한 개인들이 공동체를 지배하려는 데에 있다. 인정하건대 그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루이스는 나에게 잘해주고 레이도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단지 두 번만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선원 출신이다.
[출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 마크 엘리스, <참사람되어> 1996년 9월호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