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자본주의를 사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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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자본주의를 사는 그리스도인
  • 존 프란시스 카바나 신부
  • 승인 2019.03.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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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기-2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은 흔히 “하나의 산 정상 위에 오르는 많은 길들”로 비유된다. 이것은 우리가 갈망하고 투쟁하는 것들의 어떤 공통바탕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노력할만 하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보편적인 목표가 삶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다양한 노력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상식적이든 혹은 특유하든지간에 그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든 길들은 똑같이 유효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두 개의 다른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면 어쩔 것인가? 한쪽 꼭대기에서는 물질에 왕관을 씌우고 다른 한 쪽 꼭대기에서는 인간을 찬양한다면? 혹은 하나의 산이라 하더라도 어떤 길들은 낭떠러지에 이를 뿐이라면? 혹은 우리가 가는 동안 어떤 한 특정한 길이 가장 확실하고 사랑스러우며 가장 열매가 풍부하고 가장 자유로운 길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어떤 길을 택하는지가 문제 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길들이 모두 다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는 말에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함정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출처=pixabay.com

그리스도, 그리고 마르크스의 길

그러나 어떻든지 사람은 진리를 향하여 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나는 이 글에서 나에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이는 길을 여러분에게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길은 나 혼자서 찾아내거나 만든 길이 아니다. 나는 그리스도교신앙(가톨릭)으로부터 강력한 매력과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해야겠다. 또한 인간성에 대한 애정과 찬양이라는 측면에서 마르크스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소위 선진산업기술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 가톨릭인의 의식에서 볼 때 마르크스의 사상은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과 연설에서 나타나는 주제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교종은 자주 소비적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인간소외의 체험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체 안에서 인간의 해방에 대하여 말해왔다. 실제로 회칙 「인간의 구원자」의 중심부분은 인간중심주의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초월적인 신앙의 만남에 대하여 설득력있게 훌륭히 표현하고 있다.

신앙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신약을 읽을 때 나는 하느님이 된다는 것과 인간이 된다는 것의 온전한 의미와 내용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다. 그분은 인간과 거룩한 존재 사이의 교차점이다. 이 일치는 그분이 인간성을 거부하거나 그것을 지배하거나 혹은 그것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보잘 것 없음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당신의 인간성을 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리스도는 인간의 원천과 목표에 완전히 열리고 하나가 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의 시작과 끝이시며 남자로서 여자로서 우리의 가장 고귀한 본성을 살아움직이게 하시고, 그분으로부터 시간을 얻으며 우리의 갈망 속에서 그분께로 이끌려지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눈물을 씻어주실 하느님을, 그것도 눈물을 흘리는 모든 사람과 하나되는 방식으로 그 눈물을 씻어주실 하느님을 드러내는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의 투쟁과 죽음이 결단코 그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이 귀중하고 고유한 것임을 또한 드러내고 있다.

상품, 또 다른 우리시대의 우상

그러나 오늘날 상품은 신처럼 사람들에 대하여 독립적인 존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물건들을 숭상하고 마치 그것들이 사람인 것처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마치 물건처럼 대한다. 돈, 이윤, 그리고 생산이 최고의 가치로 숭배되고 이것들이 세상과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가치관, 부, 인간의 목적은 결코 물질의 세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의 갈망과 가능성은 창조적인 행동을 통하여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생명에 대한 비하 앞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그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투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도덕적 열정이나 내적인 힘도 필요하지만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도 필수적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본주의 아래에서 배척당하는 인간의 현실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기존문화의 복음을 살펴보기 위하여 먼저 네 가지 중요한 주제들에 대하여 성찰해 보아야겠다.

[원출처] <소비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기-문화적 저항의 영성>, 존 프란시스 카바나 신부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199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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