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숭배, 우상의 칼날을 부러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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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숭배, 우상의 칼날을 부러뜨려라
  • 한상봉
  • 승인 2018.11.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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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묵시록 묵상-2

최고 의회에서 신문을 받으시다
  그들은 예수님을 대사제에게 끌고 갔다. 그러자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이 모두 모여 왔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님을 뒤따라 대사제의 저택 안뜰까지 들어가, 시종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에 대한 증언을 찾았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분께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였지만, 그 증언들이 서로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더러는 나서서 이렇게 거짓 증언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저자가, ‘나는 사람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고, 손으로 짓지 않는 다른 성전을 사흘 안에 세우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도 서로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자 대사제가 한가운데로 나서서 예수님께,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 된 일이오?” 하고 물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무신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대사제는 다시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러자 대사제가 자기 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여러분도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서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단죄하였다.

예수님을 조롱하다
  어떤 자들은 예수님께 침을 뱉고 그분의 얼굴을 가린 다음, 주먹으로 치면서 “알아맞혀 보아라.” 하며 놀려 대기 시작하였다. 시종들도 예수님의 뺨을 때렸다.

-마르 14,53-65

 

메시아 황제 만세!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그려진 1세기의 로마동전

아리스티데스는 군대와 같은 일사분란한 명령구조를 '모든 인간 질서를 넘어서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로마의 지배체제를 두고 "오직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사신들과 대신 들을 자기 휘하에 두며 모든 것을 혼란이나 자극 없이 조용히 관철시킨다면, 그리고 그 어떤 질투도 존재하지 않으며 도처에서 정의와 존경심이 지배하고 모든 사람이 일한 만큼의 몫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현실인지 감탄하였다.

로마에서 황제는 제국에 우선하고, 제국은 자신의 우두머리인 황제만을 바라보는 구조를 갖고, 모든 명령권은 다시금 그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황제는 곧 제국의 모든 것이 된다. 그래서 로마의 집정관 플리니우스는 카피톨의 주피터 신에게 이렇게 간청했다. "우리는 당신에게 여러가지 간청을 해 당신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일치, 또는 안전을 간청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구하는 것은 부나 명예가 아닙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포함한 우리의 유일한 소원은 '황제 만세' 입니다."

철학자 세네카는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잠들어 있는 모든 인간을 지키기 위해 깨어 있고, 모든 인간의 평안을 위해 긴장해 있으며, 모든 인간의 안락을 위해 힘들게 일한다. 황제는 이 땅에 현신한 이후 자기 자신을 포기했다. 그는 항상 자신의 궤도를 돌고 있는 천체의 별들과 같이, 한 곳에 머무르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투스 황제(Augustus of Primaporta)

육화된 하느님, 황제의 종교

이처럼 황제는 로마인들에게 '지상의 신' 처럼 여겨졌다. 시인 호라츠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인류의 아버지와 보호자'로 선언했으며,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그는 이 땅에 내려온 신이며, 그의 구원의 역사는 어둠의 시간을 몰아내고 도시의 신들이 이 땅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라고 노래 했다.

플리니우스는 트라야누스 황제가 즉위하자 "거룩한 황제여, 나는 개인적으로는 나를 위해, 그리고 국가의 이름으로 당신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라는 편지를 썼다. 세네카의 글에서도 황제는 하느님과 동격으로 비추어진다. "황제가 건강하다면 너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즐거워해야 한다. 그에게 너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그는 너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식민지 아시아 의회는 새해 시작을 황제의 생일로 정했으며, 달력에는 황제의 생일이 '신의 생일'로 표시되어 있다. 황제숭배는 이렇게 식민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났는데, 리옹에는 로마 여신과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한 제단이 있었다. 황제 숭배는 곧 식민지 백성과 로마 시민들이 제국에 속해 있음과 황제 및 제국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플리니우스는 총독시절에 그리스도인을 재판하면서 황제 및 로마의 신들을 위한 종교적 의식에 참여하라고 명령함으로써 충성심을 검증했다.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그리스도인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석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내가 정한 규정에 따라 우리의 신들에게 기도했으며 이러한 목적 아래 내가 신들의 조상 옆에 세워놓은 당신의 초상 앞에 향유와 포도주를 바쳤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그리스도를 저주했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었다면 이러한 것을 거부했을 것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네가 정말 그리스도인이냐?" 하고 물었다고 한다. 신자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사형을 내리겠다고 위협한 뒤, 신자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신전에 예배하도록 시험했다.

식민지 백성들의 저항의식

이러한 황제숭배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민지의 지성인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결코 로마의 평화가 주는 풍요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라고 전한다. 역사가 타키투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그리콜라 군대와 전쟁을 하기에 앞서, 브리타니아의 칼가쿠스는 로마인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렇게 연설했다.

"(로마에) 복종하고 충성함으로써 그들의 거만한 폭력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세계의 강도들은 땅에서 노획할 것이 더 나오지 않으면 바다까지도 샅샅이 뒤진다. 그들은 적이 부자이면 탐욕을 불러일으키고, 적이 가난하면 명예욕을 내세운다. 그들은 동양이나 서양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와 가난을 동시에 열망한다. 그들은 약탈 살인 강도질에 '지배' 라는 잘못된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세상을 황폐케 만드는 것을 '평화' 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자식과 가족은 소중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어린아이와 가족들을 빼앗아 노예로 팔았다. 우리와 처와 자매들은 친구와 손님임을 자처하는 자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소유물은 세금이 되었고, 땅의 결실은 곡물공세가 되었으며, 우리의 몸과 손은 채찍과 욕설이 춤추는 도로 작업에 동원되어 갈가리 찢겨졌다. 노예로 태어난 자들은 다시 한번 팔리고,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산다. 브리타니아는 매일 자신의 노예신분을 새롭게 사들이고 양육하고 있다."

 

로마의 주화. 앞면에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CAESAR AVGVSTVS), 뒷면에는 신성한 율리우스(DIVVSIVLIV[S])라고 새겨져 있다.

유다 묵시 문학의 황제 거부

로마 제국에 대한 유다인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성전 파괴 이후로 줄곧 로마에 대한 저항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는데, 이 현실이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그들은 묵시문학을 발전시켜 메시아를 상징하는 사자가 로마의 독수리보다 강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영원한 로마'가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폭력적 현실이 메시아를 통하여 해방되는 반대 현실이 이뤄지리라 예견하였다.

이른바 ' 제4에즈라서'라고 불리는 유다교 성서의 예언자는 환상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자가 숲에서 노호하는 것을 보았고 또한 지금도 보고 있다. 나는 사자가 독수리에게 사람의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너는 듣거라, 내가 네게 말하노라! 지고자 가 네게 말한다. 너는 내가 만들어 나의 세계 속에서 지배하고 나의 시대의 종말이 오도록 하기 위한 네 마리 짐승 가운데 아직도 남아 있는 짐승이 아니더냐? 너는 네 번째 짐승으로 와서 앞에 온 짐승들을 정복했다. 너는 공포로써 세계를 지배했으며, 온 땅을 압제적으로 다스렸다.

너는 오랫동안 이 땅에서 교활하게 살았으며, 세계를 진리로 다스리지 않았다. 너는 연약한 자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었으며, 조용하게 있는 자를 해쳤고, 진실한 자를 미워하고 거짓말쟁이를 사랑했다. 너는 열매를 맺게 하는 자들의 집을 파괴 했으며, 나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은 자의 담을 부수었다. 너의 욕설은 극에 달했고, 너의 거만함은 폭력이 되었다. 높으신 분은 그의 시대를 보았다. 보라 ! 그의 시대와 그의 세계는 종말로 치닫고 있다. 그의 시대와 세계는 완성되었다. 너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전세계가 회복되고, 너의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평화를 되찾으며, 창조주의 심판과 자비를 기다릴 수 있도록 너 독수리는 사라져야 한다."

여기서 칼가쿠스와 제4에즈라서의 저자는 로마 제국의 변두리에 살면서 로마의 엄청난 폭력을 경험하였으며, 이러한 폭력을 '밑으로부터' 바라보았던 탓에 제국의 멸망에 대한 전망을 보았다.

[묵상]

악령은 시궁창 모습으로 살지 않는답니다.
악령은 마귀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답니다.
악령은 누추하거나 냄새나는 손으로 악수하지 않는답니다.
악령은 무식하거나 가난하지 않으며 악령은 패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답니다.
악령은 성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으며 무례를 범하지 않는답니다.
악령은 언제나 당당하고 너그러운 승리자의 모습으로 
그렇게 다가와 우리를 제압하고 지배한답니다.
우리의 밥그릇에 들어앉아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해야 저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악령의 얼굴을 빤히 보고 비껴갈 수 있을까요, 우리 주님.
우리 마음 놋쇠 거울처럼 그렇게 닦아두게 도우소서.
그래야 우리가 걸려 넘어지지 않으오리다.

그리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주님, 하느님.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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