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 시] 아주 잠시-10
저녁바람
문득,
내 마음 같은 시를 만나면 눈물이 난다.
이 쓸쓸한 저녁에 내가 흔들리고 있음이
곧 살아있음인 것이 반가워 눈물이 난다.
나는 흔들리고 흔들리나니...
갈 길을 잃은 바람 하나가
내 치마폭을 헤집고
그래도 좋아 미친년처럼 흔들리고 흔들리나니...
바람이 속없이 부는 것 같아도
늘 그 품에 눈물이 있는 것을 나는 안다.
그 눈물이 흔들림으로 흐느끼는 것을 나는 안다.
이 세상에 눈물 아닌 진실이 어디 있으랴
그 진실이 그리워
나는 기꺼이 흔들거리며 하룻길을 걷는다.
조희선
시인. 천안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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