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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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신앙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8.07.23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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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의 혼인 잔치와 예수 - 6

포도주가 떨어져 위기에 처한 혼인 잔치에서 새롭고도 좋은 포도주를 선물로 주시는 예수의 이야기는 우리와 예수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예수는 우리에게 누구이시고 어떤 분이신가? 위기에 처한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처럼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에게는 수많은 위기와 절망의 순간이 닥친다. 그 긴박한 순간에 예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길을 그분과 함께 걷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수를 우리 인생길의 동반자로 모시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인생길에는 기쁨과 환희의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와 좌절에 우리의 다리가 꺾이기도 하고, 갈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기도 한다. 그때, 그 위기의 순간에 예수는 다시 우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시고, 우리의 갈 길을 밝혀주신다.

이와 같이 신앙은 예수와 우리 사이의 인격적인 만남과 관계이다. 그분을 우리 인생의 빛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분 말씀을 우리 발걸음의 등불로 삼는 것이다. 이 인격적인 관계는 법적인 관계를 뛰어 넘는 것이다. 신앙은 예수 안에서 은총과 진리를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신앙생활은 메시아이신 예수가 베푸시는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파국의 위기에 처한 혼인 잔치를 살리셨듯이 예수는 우리의 일상을 잔치가 되게 하시고, 마르지 않는 기쁨을 선물로 주신다. 이처럼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고 그분이 베푸시는 잔치에 참여하며 그분이 선물로 주시는 기쁨으로 일상을 사는 삶이 바로 참된 신앙인의 삶인 것이다.

따라서 카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의 정체성, 예수와 우리의 관계, 그리고 우리의 신앙에 관하여 깊고도 깊은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뜻에서 그것은 하나의 표징이다. 예수의 표징은 그저 별나고 신기한 일, 우리를 일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표징은 우리가 그분이 누구이신지를 더 잘 알게 하고, 그분과 우리의 관계가 인격적인 만남이 되게 하며, 우리의 신앙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더 우리의 일상에 충실하도록 한다. 예수에 대한 신앙은 우리가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살도록 하는 힘이다. 신앙은 우리의 일상이 축제가 되게 하고 잔치가 되게 한다.

오늘날의 카프르 칸나에는 요한 복음서에서 언급된 갈릴래아의 카나와 관련이 있는 여러 순례 장소가 있다. 첫째, 혼인 잔치 기념 성당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1879년에 요한 2장의 혼인 잔치가 열렸다고 전해지는 곳의 부지를 매입하여 1883년에 기념 성당을 건축하였다. 성당 지하에는 큰 돌로 된 물독이 있는데 라틴어로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요한 2,6)가 새겨져 있다. 이 기념 성당을 찾는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은 카나의 혼인 잔치를 기억하며 부부 혼인 갱신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둘째, 나타나엘 기념 성당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혼인 잔치 기념 성당 부근에는 요한 21,2에서 언급된 나타나엘을 기념하는 성당이 같은 수도회에 의해 세워졌다. 셋째,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다. 카프르 칸나에는 그리스 정교회의 기념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가톨릭의 혼인 잔치 기념 성당 보다 훨씬 앞선 시기인 1566년에 세워졌다. 이 성당 내부에는 예수의 기적과 관련 있다는 고대 돌 물독이 있고 성당 벽에는 1894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혼인 잔치 그림이 있다. 넷째, 유다인 회당이다. 고고학적인 발굴의 결과 기원후 5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다인들의 회당 터가 발견되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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