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주일에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문턱을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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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주일에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문턱을 낮추고"
  • 양승국 신부
  • 승인 2018.07.02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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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에

사랑스런 교황님.
교황 주일을 맞아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바칩니다. 1936년 12월 17일생이시니, 만 82세, 우리나라 나이로 83세이시니, 꽤 고령이십니다. 자신 한몸 건사하기에도 힘든 연세이신데도, 전 세계 가난하고 고통받는 당신의 양떼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계시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성인(聖人)’이라고 해도 아무런 거부감 없는 우리 교황님께서 부디 건강하셔서 더 많은 시간 우리 가운데 머물러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찌 생각하니 지금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교회 역사상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대(大)교황님, 가장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 교황님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그 자체로, 너무나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성과 가르침, 그분이 삶 자체로 발산하시는 감동은 교회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위대한 교황님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기적처럼 우리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많이 깨닫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오랜 인생여정, 신앙여정을 묵상하면서, 갖은 우여곡절과 더불어 각고의 노력을 통한 점진적 성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1년 2월 21일 베르골리오 주교님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됩니다. 당시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성직자들에게 주어지는 세 가지 특전이 있었습니다. 쾌적한 추기경 관저 제공, 고급 전용차와 운전 기사 제공, 전담 요리사 배치였습니다. 그러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화려한 추기경 관저를 사양하고 작고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전담 요리사를 두지 않고, 직접 시장을 봐오고 요리를 했습니다. 전용차를 사양하고 언제나 대중교통을 애용했습니다.

언제나 예수회 수도자로서 추구했던 극단적 청빈은 교황으로 선출되고 나서도 한결 같았습니다. 넓직하고 쾌적한 교황 전용 공간을 사양하고, 일반 교황청 거주 성직자 50여명이 기거하는 공동 기숙사 성 마르타의 집 201호로 자신의 거주지를 정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회와 세상 앞에 드러내보이시는 삶의 모습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한 가지는 구체성입니다. 청빈을 강론대에서만 외치지 않으시고, 삶으로 직접 보여주십니다.

교황이 되고 나서도 시종일관 가난하게 사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교황명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로 정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일관되게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계십니다. 당신의 80회 생신 때, 고관대작이나 정치인들을 식탁에 초대한 것이 아니라 바티칸 인근 노숙자들과 유기견을 초대하셨습니다. 강론 때도 언제나 청빈의 덕을 크게 강조하십니다. “부디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가난을 저주하는 것이 죄입니다.”

당신의 고국 아르헨티나 신자들이 대규모로 바티칸에서 거행되는 교황 즉위 미사에 참석하려한다는 소식을 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바티칸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부탁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동포들이여! 비싼 돈 들여 저를 보러오지 마시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해주십시오!”

교황 즉위식때 ‘이건 너무 지나치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건도 있었습니다. 교황님 형제 자매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11살 아래의 여동생 마리아 엘레나가 오빠의 교황 즉위식에 꼭 참석하고 싶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는 끝끝내 여동생을 가족 대표로 초대하지 않으셨고, 마침내 전화까지 걸어 “절대로 즉위식에 오지마라!”고 말렸습니다.

가난과 관련해 당신의 사제들을 향해서도 일관되게 강조하고 계십니다. “가톨릭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더욱 문턱을 낮추고 사제들은 더욱 마음을 열고 낮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비천한 사람들,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약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저는 관료나 공무원처럼 행동하는 사제를 원치 않습니다.”

한국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관심은 아주 지대하고 각별합니다. “저는 아시아의 평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빕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남북상호간 협력은 사랑하는 한국민들과 전 세계를 위해 계속 풍성한 결실을 낳을 것입나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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