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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도는 마사지예요

[유형선 칼럼]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은 두 딸이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합니다. 중학생이 된 큰 딸은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게다가 중학교는 수학도 어렵습니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난생처음으로 수학학원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딸도 새학기가 되어 숙제도 많아지고 책도 두꺼워 졌습니다. 늘 밝은 얼굴이지만 어깨와 종아리 근육이 자주 뭉치고 가끔씩 배도 아프다고 하나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두 딸의 상담사 역할을 하는 아내도 아이들과 함께 마음고생을 겪습니다. 두 딸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빠는 새벽같이 출근했다가 밤 늦어서야 귀가합니다. 밤 늦게 잠자리에 누워 두 딸의 고민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해 듣다가 잠에 들기를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주말이 되었습니다. 아침 9시가 넘은 시간, 작은 딸이 눈을 비비며 큰 방으로 들어와 아빠와 엄마 사이 틈으로 비집고 들어옵니다.

“아빠! 다리가 아파요!”

가만히 손을 뻗어 종아리를 주물러 봅니다. 얼마나 뭉쳤는지 단단하기가 지우개 같습니다. 주물럭 주물럭 마사지를 해줍니다. 종아리만 뭉친 게 아닙니다. 허벅지와 등, 어깨, 팔뚝까지 전신 근육이 뭉쳐 있습니다. 마사지를 하는 곳마다 아프다고 온몸으로 요동을 칩니다. 그러나 한참을 주물러 주니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큰 딸도 바닥에 엎드리라고 했습니다. 종아리부터 등근육까지 한참을 마사지 해주었습니다.
 


늦은 아침밥을 먹는데 아내가 기도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도 두 딸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저는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짧은 한 마디 말이었지만, 아내의 말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모두들 눈을 감고 손을 모아주십시오. 식사 전 기도를 아빠가 바치겠습니다.”

“주님! 이렇게 저희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평화롭게 아침밥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딸 유수린 엘리사벳을 위해 기도합니다. 유수린 엘리사벳은 첫영성체 교리반에서 하느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유수린 엘리사벳이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에 주님께서 함께 해주십시오. 큰 딸 유수민 카타리나를 위해 기도합니다. 유수민 카타리나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닙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과정에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십시오. 사랑의 하느님! 당신께서 두 딸에게 심어 놓으신 소명과 재능을 저희가 발견할 수 있도록 저희에게 밝은 눈을 허락해 주십시오. 하느님! 매일 매일 새로운 어려움이 두 딸에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성장을 위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임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햇살도 들지만 때로는 비도 옵니다. 때로는 봄날이지만 때로는 겨울도 찾아옵니다. 두 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시어 마침내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두 딸이 성장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모든 말씀 당신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아멘!”

살포시 눈을 떠 보니 두 딸이 온 몸을 배배 꼬고 있습니다. 아빠의 난데없이 길고도 심각한 기도가 너무나 어색한가 봅니다.

아침밥을 다 먹고서 그대로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며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기도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도는 소원이에요. 뭔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에게 이야기하는 거죠.” 작은 딸 대답입니다.

“기도는 119예요. 작은 불은 스스로 끄지만 큰 불은 119를 불러야 해요.” 큰 딸 대답입니다.

“기도는 간절함이에요. 나와 우리 가족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게 하신 분이 결국 하느님이지 않수? 그러니 하느님께서 책임지고 우리에게 살 길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도하면서 늘 하느님에게 이 상황을 책임지셔야 한다고 이야기 해요. 간절하게 말이죠!” 아내의 대답입니다.

기도가 무엇이지 저도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내에게 제 생각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기도는 마사지 아닐까 싶어요. 매일 매일 살아가다 보면 풀리지 않고 통하지 않아서 마음 속 깊이 꽉 막힌 곳이 있잖아요. 거기가 답답하고 아픈 거지요. 기도하면서 마음 속 꽉막힌 거기를 이렇게 저렇게 만져주고 눌러주고 그러잖아요. 그러니 기도는 마사지예요.”

대답을 듣더니 아내가 웃습니다. 아내가 웃으니 저도 웃습니다. 하느님께서 잠시나마 제 기도를 들어 주신 것 같습니다.

유형선 아오스딩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 가톨릭일꾼 www.catholicworke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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