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에피파네스, '하느님 아들' 호칭은 신성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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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에피파네스, '하느님 아들' 호칭은 신성모독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10.18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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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아들” 논쟁 - 2

성전 봉헌 축제는 기원전 167년에 안티오코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에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1마카 1,54; 다니 9,27; 11,31; 12,11)을 세운 지 3년 후, 즉 기원전 164년 키슬레우 달 25일에 유다 마카베오의 지휘 하에 성전과 그 제단이 정화된 사건(1마카 4,36-61; 2마카 10,1-9)을 기념한다.

따라서 성전 봉헌 축제에 참여하는 유다인들은 과거 조상들의 불행한 역사와 함께 그것을 초래한 인물, 즉 안티오코스 4세를 기억했을 것이다. 더욱이 유다인들은 안티오코스가 자신을 신의 현현(顯現)을 의미하는 에피파네스로 즉, 하느님으로 자처하는 신성모독을 범했다는 사실도 기억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원은 요한 10,22-39의 “하느님의 아들”에 대한 논쟁의 배경이 성전 봉헌 축제와 매우 잘 부합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즉 요한 복음서의 편집자는 성전 봉헌 축제라는 배경 설정을 통하여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를 암시하려 했으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호칭에 대한 유다인들의 부정적이고 논쟁적인 전승을 소개하고 있다. 즉 요한 10,22-39의 본문에서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아들” 호칭이 안티오코스와 관련된 신성모독적인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 동전.

사실 역사적으로 많은 그리스 로마 제국의 임금들과 황제들은 신적인 호칭을 사용하였으며 “하느님의 아들”로 자처했다. 다니엘서 7장에서 언급되는, 넷째 짐승의 열 개의 뿔 후에 등장하는 하나의 뿔은 안티오코스 4세를 가리킨다. 다니엘서의 문맥에서 그는 “하느님의 백성”이 출현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마지막 악한 임금으로 묘사된다. 마찬가지로 다니 11,21-45에서도 안티오코스 4세는, 다니 12,1에서 시작하는 종말론적 전환점 직전의 박해자 이방인 임금으로 나타난다.

한편 고고학적 발굴에 의하면,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는 자신의 동전에 신적 호칭을 넣은 최초의 그리스 임금이다: 안티오코스 임금, 신 안티오코스 임금, 신의 현현인 안티오코스 임금, 신의 현현인 승리자 안티오코스 임금. 특히 신의 현현인 승리자라는 호칭을 통해 안티오코스 4세는 자신을 그리스 판테온의 최고신인 제우스 올림푸스와 동일시하려 했다. 더욱이 안티오코스 4세의 아들로 자처한 알렉산더 발라스는 자신을 신의 자손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그의 아버지 안티오코스의 신적 자칭을 드러내는 또 다른 증거이다.

다른 한편 구약 성경의 여러 구절들에서 안티오코스 4세는 신적 존재로 자처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구절들은 논쟁적이고 비판적인 어조를 띈다.

다니 7,25: “그는 가장 높으신 분을 거슬러 떠들어 대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을 괴롭히며 축제일과 법마저 바꾸려고 하리라. 그들은 일 년, 이 년, 반년 동안 그의 손에 넘겨지리라.”

다니 8,10-12: “그것은 하늘의 군대에 미칠 만큼 커지더니, 그 군대와 별들 가운데에서 일부를 땅에 떨어뜨려 짓밟았다. 또 그 군대의 장수에게까지 오만하게 행동하더니, 그분께 바치는 일일 번제를 없애고 그분 성소의 토대를 뒤엎어 버렸다. 그 군대는 죄악으로 바뀌어 버린 일일 번제와 함께 그 뿔에게 넘겨졌다. 그 뿔은 진리를 땅에 내동댕이치면서도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다니 11,36-37: “임금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교만스레 자신을 들어 높이며 자기가 모든 신보다 위대하다고 여길뿐더러, 신들의 하느님을 두고 끔찍한 말까지 해 댈 것이다. 이렇게 그는 진노의 때가 다하기까지 성공을 거두리니, 결정된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조상들의 신들을 비롯하여, 여자들이 아끼는 신이며 그 밖의 모든 신을 무시할 것이다. 자기가 그 모든 신보다 위대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마카 9,8: “조금 전까지 초인적 교만으로 바다 물결에 명령할 수 있다고 여기고 산들의 높이를 잴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가, 이제는 땅바닥에 떨어져 들것에 실려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능력이 모든 이에게 밝히 드러나게 되었다.”

2마카 9,12: “자기도 제 몸에서 나는 냄새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께 복종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자기를 하느님과 동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2마카 9,28 “이렇게 하여 살인자이며 신성 모독자인 그는 다른 이들에게 가한 것과 같은 극도의 고통을 겪으며 이국의 산속에서 매우 비참한 죽음으로 삶을 마쳤다.”에서 안티오코스 4세는 “신성 모독자”로 불린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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