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죽어가는 인간 안으로 하느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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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죽어가는 인간 안으로 하느님이 들어간다
  • 헨리 나웬
  • 승인 2017.08.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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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com

사람들은 매일, 매시간, 매분마다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갑자기 혹은 천천히 죽는다. 그들은 대도시의 길에서 편안한 집에서 죽는다. 그들은 고립되어 죽거나 친구들과 가족들에 둘러싸여 죽어간다. 그들은 큰 고통 중에 죽거나 잠들 듯이 죽기도 한다. 그들은 불안 중에 죽거나 평화롭게 죽어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을 직면하면서 홀로 외롭게 죽는다.

죽는 것은 실로 일상생활의 실제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이 실제를 전면부인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돌아간다. 죽는 것은 자주 숨겨진 사건으로, 무시하거나 거부해야 할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시간 동안 죽어갔다. 그분은 두 사람 사이에서 죽었다. 그 둘 중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는 그럴만한 짓을 했다. 그러나 이 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루카 23,41). 예수는 완전히 다른 이들을 위하여 죽었다. 몸의 완전한 소진,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음, 그리고 하느님까지도 그분을 버렸으나 이 모든 것이 자기를 내놓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철저한 무력함 속에서 매달려 죽어갈 때에, 나무에 못 박혀 있을 때에 그분에게는 아무런 회한도, 복수의 욕구도, 쓰라림도 없었다. 아무것도 집착할 것이 없었다. 다 주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일의 밀알로 남아 있지만, 죽으면 풍부한 수확을 거둔다”(요한 12,24).

다른 이들을 위하여 내놓는 삶을 살았으므로 그분의 삶은 풍요롭게 되었다. 완전히 순진한 존재인 예수, 죄가 없는 분, 죄책감과 수치가 없는 분이 극도의 고통스러운 죽음 속에서 죽었다. 더 이상 죽음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이르는 길이 되고 새로운 일치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분은 그렇게 죽었다.

죽어가는 예수를 보고 있으면 죽어가는 세계를 보게 된다. 십자가 위에서 모든 사람들을 당신께로 이끄는 예수는 수백만의 죽음을 죽었다. 그분은 거부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범죄자들의 죽음만 죽은 것이 아니라, 고위층 권력층 유명인사 인기 있는 사람들의 죽음도 죽었다. 무엇보다도 그분은 일상적인 삶을 살았고 나이가 들어가며 지친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을 죽었고 어떻든 그 사람들의 삶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혼자 죽을 것이다. 아무도 그 마지막 여정을 우리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가장 우리 것이라고 여기던 것을 놓아야 하고 우리가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믿어야 한다. 어쨋건, 죽는 것은 모든 인간적 순간 가운데 가장 위대한 순간이다. 왜냐햐면 그 순간에 우리는 모든 것을 주도록 요청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는 방식은 우리가 살았던 방식과 많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이 살게 될 방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은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착각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릴 때에, 그분은 우리가 우리의 소멸성을 직접 대면하며 죽음이 마지막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도록 요청한다. 그때에 우리는 우리 세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죽어가는 몸을 품에 안고 우리의 팔보다 더 강한 팔이 그들을 안을 것이며 그들이 항상 원했던 평화와 기쁨을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죽어가면서 모든 인류는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 죽어가는 인간 안으로 하느님이 들어간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위하여.

­「예수와 함께 걷다」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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