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의 약탈금융...대부업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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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의 약탈금융...대부업체는?
  • 조세종
  • 승인 2017.08.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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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복지 상담이 필요하다

[조세종 칼럼]

지난 6월 24일은 대전교구 한끼100원나눔 운동본부에서 주관한 금융복지상담사 양성을 위한 100시간의 교육이 모두 끝나는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인원이 51명이었는데,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주 빽빽하게 짜여진 주말강의를 48명이나 수료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더 기간이 길어져 본격적인 여름철이나 장마철이 되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강의를 맡아주신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 선생님들과 수강자 모두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감사를 드릴 처지가 아닙니다. 48명의 수료자 중의 한 사람으로 9월에 있을 상담사 자격증 시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어렵다는 정평이 나있는 시험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시험이란 어렵고도 만만찮은 두려운 관문입니다.

금융복지상담은 가계채무 15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말해주듯이,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빚 없이 살고 있는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계부채가 점점 사람들을 짓눌리고 있는 상황 속에 꼭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금융복지상담은 단순히 악성채무를 청산하는 일을 넘어 아이엠에프 이후에 늘어만 가고 있는 실업과 빈곤 속에서 잃어버린 살림과 소비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이들을 돕는 일입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금융복지상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저축입니다. 빚에 쪼들리는 사람이 당장 갚을 돈도 없는데 어떻게 저축을 할 수 있는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가난했던 시절에도 우리는 돈을 모으고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통장을 만들고 얼마라도 저축하는 일부터 하는 것이 교육일 때가 있었습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행동경제학은 현금을 쓰지 않고 신용카드로 소비하는 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 배어있는 실물입니다. 신용카드는 노동에 대한 고려없이 사용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신용카드액의 한도액이 노동에 대한 한도액을 고려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용하는 사람도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고, 신용카드사도 사용자가 노동으로 감당할 소비수준을 넘긴 한도액을 용인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능력을 초과해서 대출하는 것을 ‘약탈적 금융’이라고 합니다. 신용카드사가 대출액을 상환하는 것 이외에 사용자의 능력을 초과해서 대출을 승인해 준다는 뜻으로 '약탈적'이라는 것입니다. 밤늦게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얼마나 많은 광고들이 서민이나 여성들을 상대로 약탈적 금융을 시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백년도 훨씬 이전인 1960년대초 메리 가별 수녀님과 장대식 신부님이 고리대금의 횡포를 막고 피난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저리대출 신용협동조합을 세우신 것처럼, 세월이 반세기가 지났지만 금융위기에 빠져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경제적 난민들의 자립을 위해 이자를 높여 저축을 대폭 확대할 협동조합은행이 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은행이 신용협동조합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지금의 새로운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가계경제에 임하는 삶의 방식마저도 주체적으로 바뀌도록 금융복지상담과 같은 계기를 통해 저축을 시작하고 계획과 관리의 가계재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저축을 하고, 저축해서 모인 돈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서 필요한 돈으로 제공되는 구조는 지난 오래되지 않은 미래의 모습입니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은 빚에 쪼들린 이들이 시작하는 저축에 대한 이자율은 회복하려는 삶의 의지만큼 높고, 사회적경제에서 대출되는 이자율은 사랑과 인내의 자본으로 길고 낮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축과 대출 사이의 이자율 간격은 인내자본을 가진 은행만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를 가진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몫일 것입니다.

 

조세종 디오니시오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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