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피난민들의 성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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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피난민들의 성찬기도
  • 참사람되어
  • 승인 2017.07.04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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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례의 사회적 의미-10

하늘과 땅의 주님이시며
역사의 유일한 주님이신 거룩한 아버지,
항상 순례하는 이들의 하느님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 그리고 영원히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의 하느님,
우리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당신은 아브라함에게 집과 땅과 친척을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롯에게 목숨을 건지려면 산꼭대기로 도망가라고 하셨습니다.
형의 분노가 사라질 때까지 라반의 집에 도망가 있으라고
야곱에게 명하셨습니다.

당신은 모세에게 미디안으로 피해 있으라 하셨습니다.
억압받는 형제를 구해준 모세를 에집트인들이 잡으려고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백성들은 누룩없는 빵과 모든 소유물은 옷속에 집어넣고
살붙이는 어깨위에 올려 놓은채,
당신은 그들을 노예살이에서 구해내셨습니다.

당신과 그들과 함께 여정을 떠났습니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 진영 한 가운데 처막에서, 사막의 피난처에서
그들 가까이 있고자 하셨습니다.

당신은 약속하신 땅에서도 여전히 당신의 친구들과 어울리셨습니다.
여호수아 시대에 당신은 재판 이외의
개인적 복수로부터 당신의 백성이 피하기 위한 피난처를 만드셨습니다.

그리하여 다윗은 아둘란의 동굴로 피신하였으며
타락한 왕국에서 갈 곳이 없었던
모든 억압받고 불행한 이들과 어울렸습니다.

수많은 예언자들의 삶도 이와 같았습니다.
마치도 개인적 차원의 출애굽처럼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가 오실때까지,
이제 우리는 그분을 저녁식사에서 기억하며
우리 안에 거하시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뜻을 따라 순례자요 유랑민이었습니다.
믿음이 깊은 마리아,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
그분은 그리스도교 역사상 최초의 피난민이었습니다.
그분은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나셨으며,
가난하게 홀로, 아직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여린채 불의한 체제에 쫓기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분은 고향에서 추방되었으며
가난한 이들이 항상 그분을 따랐습니다.
체포되어 고문당하고, 불의한 재판과 처형,
그리고 마침내 정치적이며 종교적인 기존 질서에
반역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했습니다.
시저만을 왕으로 섬기고
하느님이 아니라 성전과 율법을 섬겼던 시대에.

그렇지만, 그분은 마지막 식사를 통하여 약속하신대로
우리 안에 살고 계십니다.
빵을 들고 축복하신 후 떼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내 몸이니라”

다시 잔을 들고 당신께 감사드린 후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니라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

그분이 죽으신 후
그의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무서워 숨어 있었습니다.
교회의 첫 번째 피난처인 예루살렘의 어떤 집에
그렇지만 바로 그곳에서, 두려움과 고독 속에서
성령의 기적이, 교회와 그 사명의 시작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느님은 마리아와 함께 신앙으로 일치되어 있는
이 피나난민들 속에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약함으로부터 강함이, 은총이 넘치게 흘렀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사회의 모든 것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창조되었습니다.

제자들은 박해 당하고 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힘이 그들과 함께 있으며
그분의 해방의 메시지가 우리들에까지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교회의 지체인 이곳에
산 살바도르의 빈민촌에, 천막촌에, 지하실에
우리는 당신 아들의 성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에서 불안에 떨며
당신의 말씀에 충실했다고 박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희생자나 성인들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약한 죄인들입니다. 당신의 용서와 성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또 절망감으로서는 우리의 몫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혜택받은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곳이 우리가 살 영원한 도시가 아니라
천국의 시민들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지상의 왕국은 새롭게 변혁될 것이며
우리는 성령과 함께 당신을 향하여
당시의 집으로 가는 순례자들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풍요로울 것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수많은 우리들의 형제자매들처럼.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기)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우리들의 고통을 알고 계신 당신,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실 분, 약속하진 바를 채워주실 분.
젖고 우유가 강물처럼 넘쳐흐를 약속의 땅,
그곳에서 당신의 새로운 이스라엘은 영원한 피난처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뢰와 평화 속에.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들밭 한가운데에서 살 것입니다.
당신의 도우심으로 정의 그리고 당신의 사랑을 그곳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당신께서 선포하셨던 곳,
당신이 뽑으신 백성과 함께 살 거룩한 산
당신의 손으로 영원히 세워 놓으신 지성소.

오 주님,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우리를 살게 하소서!

그리고 어느날 우리가 조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우리의 출애굽이 그곳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잊지 말게 하소서.
그곳은 아무도 단 한 사람의 피난민이 남아 있는한
우리가 평화로이 잠들지 말게 하소서.

그러는 동안 우리의 목소리와 기운을 합쳐 세상의 모든 피난민과 함께,
모세와 함께 우리는 노래하렵니다.
“하느님의 백성들아 함께 기뻐하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땅과 백성들에 자비를 베푸신다.”

그리고 다윗과 함께 우리는 노래하렵니다.
“당신의 주님, 우리의 옹호자이시며 피난처이십니다.
우리의 해방자, 우리의 하느님, 우리를 숨겨주시는 바위,
우리의 방패, 우리를 구해주시는 힘,
우리의 피난처이며 구원자이신 분”.

당신은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셨습니다.
주님, 당신은 이제로부터 영원히 찬미를 받아 마땅하십니다. 아멘.


[출처] 참사람되어 1996년 11월호
[원출처] <하나되어> 1988년 8월(제19호)~1989년 6월(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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