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하느님의 적대자, 헤로데의 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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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하느님의 적대자, 헤로데의 생일잔치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4.0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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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경제 - 9
St. John the Baptist in the Wilderness by Hieronymus Bosch

복음서의 두 본문(마태 14,3-12; 마르 6,17-29)에서는 헤로데 안티파스의 생일잔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 잔치에는 지배 엘리트들이 초대되었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마르 6,21)

헤로데가 벌인 사치스럽고 향락적인 연회는 가난한 이들을 배제하는 엘리트 의식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경계들을 통한 지배 그룹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자리였다. 이 생일잔치에서 음식은 이러한 지배 엘리트들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고 상호간의 친교를 확고하게 하는 수단이었고, 그들의 식탁은 배제를 본질로 하는 폐쇄적이고 특권적인 모임이었다. 이와 같이 권력에서 멀리 떨어진 가난한 민중에게는 식량이 부족하였지만, 헤로데와 권력자들은 사치스런 잔치를 벌인다.

헤로데 안티파스의 통치는 억압과 폭력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그의 생일잔치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헤로데는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붙잡아 묶어 감옥에 가둔 일이 있었다. 요한이 헤로데에게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기 때문이다.”(마태 14,3-4)

사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가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한 것을 비판하였다. 그것은 율법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네 형제의 아내의 치부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네 형제의 치부이다.”(레위 18,16)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의 아내를 데리고 살면, 그것은 불결한 짓이다. 그가 제 형제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므로, 그들은 자손을 보지 못할 것이다.”(레위 20,21)

지배 엘리트들은 근친 결혼을 통하여 동맹을 결성하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권력을 성장시켰다. 세례자 요한은 이 중앙 권력의 동맹에 저항한다. 여기에서 헤로데가 로마 제국의 대행자라면,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대행자이다. 요한은 메시아 예수님을 위해 하느님의 백성을 준비시키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예언자였다.

“그 무렵에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유다 광야에서 이렇게 선포하였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1-2)

한편 기원후 1세기 유다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유다 고대사> 18권 116-119에 세례자 요한의 최후에 대하여 서술한다. 요세푸스는 요한의 죽음의 원인을 정치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한편 일부 유다인들에게는 헤로데의 군대가 패배한 것이 하느님의 정당한 징벌로서 요한의 일에 대한 복수로 여겨졌다. 헤로데는 요한을 죽였다.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다인들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서 덕을 닦고 서로 정의를 행하며 하느님 앞에서 경건을 행하기를 강조하였다. 요한이 보기에 세례는 무슨 죄든 용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혼은 이미 정의로 인해 완전히 정화되었기에 몸의 정화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요한의 말을 듣고 감동한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는데, (군중들은 요한이 하는 말은 무엇이나 들을 정도로) 요한이 백성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것을 본 헤로데는 그가 반역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하였다. 그는 시기를 놓쳐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먼저 요한을 처형하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결국 헤로데의 의심 때문에 요한은 앞서 언급한 마케루스로 묶인채로 보내어져 그 곳에서 처형되었다. 유다인들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헤로데를 징벌하기 원하셨기 때문에 헤로데 군대의 패배는 요한의 일에 대한 복수였다.”

헤로데의 권력 행사는 파괴적이었다. 그는 폭군적인 통치자의 전형이다. 헤로데 생일잔치의 결과는 결국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는 것이었다. 헤로데의 행동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정치적 저항과 불신앙은 적대감과 폭력으로 표현된다. 즉 그의 행동은 하느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성경의 일관된 증언들을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나라와 억압적인 제국의 질서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이 일어난다. 하느님의 예언자 세례자 요한은 정치적 권력자로부터의 적대감과 폭력을 만나고, 그 희생이 된다. 이러한 요한의 운명은 결국 예수의 운명을 선취한다.

이와 같이 헤로데는 현 상황을 지키기 위해 하느님의 뜻에 저항하고 하느님의 대행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헤로데의 생일잔치는 사치와 탐욕, 억압과 폭력을 잘 드러나는 자리였다. 가난한 이들이 배제된 지배 엘리트들만의 향연은 결국 죽임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던 것이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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